“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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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 한정주 고전연구가
  • 승인 2023.02.13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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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인생수업]⑪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자유로운 삶을 위한 조건Ⅰ
1952년 발행된 『그리스인 조르바』 초판본 오리지널 표지디자인.
1952년 발행된 『그리스인 조르바』 초판본 오리지널 표지디자인.

[한정주=고전연구가] 자유와 관련해 사람들이 보이는 입장과 태도를 보면 크게 두 가지 부류로 구분할 수 있지 않다. 관념적·이념적으로 자유로운 사람과 삶 자체가 자유로운 사람이다.

전자가 ‘자유주의자’라고 한다면 후자는 ‘자유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아마도 필자는 물론 독자들 대부분도 관념적·이념적으로는 자유롭지만 실제 삶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에 해당할 것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념과 사상으로 배운 ‘관념의 자유’가 ‘삶의 자유’ 앞에서 얼마나 무기력하고 허망하게 무너지는지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인류의 역사에 출현한 가장 위대한 정신적·철학적 스승들로부터 얻지 못한 ‘삶의 자유’를 자신의 이름조차도 쓰지 못하는 일자무식의 그리스 민중 조르바를 통해 깨닫게 되는 카잔차키스의 여정은 우리가 진정 자유로운 삶을 갈망한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고 성찰하게 한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온 몸으로 자유를 갈망한 작가였다. 죽음 이후에도 자유롭고자 했던 카잔차키스는 자신의 묘비명조차 이렇게 썼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카잔차키스는 ‘영혼마저도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인간’이기를 바랐다. 그런 카잔차키스가 삶과 죽음을 초월한 자유를 엿본 유일한 인간은 조르바였다. 카잔차키스는 말년에 저술한 『영혼의 자서전』에서 자신의 삶은 자유를 찾아가는 반항과 투쟁의 여정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진실로 나의 영혼을 처음으로 뒤흔들어놓은 것은 두려움이나 고통도 아니었고 쾌락과 오락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자유를 향한 갈망이었다. 나는 자유를 쟁취해야 했다. 그러나 무엇으로부터 그리고 누구로부터 자유를 찾는다는 것인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나는 거칠고 불친절한 자유의 오르막길에 천천히 올라갔다. … 모든 것 중에서 먼저 터키인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하는 것, 그것이 최초의 단계였다. 그 다음 단계는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터키인-다시 말해 무지와 악의와 시기로부터, 두려움과 나태함으로부터, 정신을 현혹시키는 그릇된 사상으로부터, 그리고 최종적으로 가장 존경받고 사랑받는 존재들까지 대상으로 하는 모든 우상들로부터 자유를 쟁취하려는 새로운 투쟁이 시작되었다.” (『영혼의 자서전』, 「크레타 대 터키」)

카잔차키스는 자유를 갈망한 자신의 삶의 여정에는 모두 네 개의 결정적인 오름의 단계가 있었다고 말한다.

첫 번째 오름의 단계는 카잔차키스가 ‘그리스의 할아버지’라고 부른 호메로스와의 만남이었다. 카잔차키스는 호메로스가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에 새긴 가르침을 통해 세계사에서 그리스가 차지하고 있는 역사적 가치와 철학적 의무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유를 위한 투쟁’에 있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나는 동양과 서양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그리스의 역사적 임무를 더욱 분명하게 보았다. 나는 그리스가 이룬 최고의 업적은 아름다움에 있지 않고 자유를 위한 투쟁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영혼의 자서전』, 「그리스 순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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