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익겸은 남송 고종(高宗) 때 활동한 유학자이다. ‘좌우명’은 평생 경계로 삼고자 하는 말을 적었기 때문에 대부분 ‘〜하라’, ‘〜하지 말라’, ‘〜해서는 안 된다’로 되어 있다. 앞서 장사숙의 ‘좌우명’이 ‘〜하라’는 긍정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반면 여기 범익겸의 ‘좌우명’은 ‘〜하지 말라’ 또는 ‘〜해서는 안 된다’는 부정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범익겸의 ‘좌우명’은 또 다르게 범익겸의 ‘칠불언(七不言)’, 곧 ‘일곱 가지 말하지 않아야 할 일’ 또는 범익겸의 ‘칠불가(七不可)’, 즉 ‘일곱 가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좌우명과 같은 종류의 글, 곧 명문(銘文)은 대개 금석(金石)이나 기물(器物) 혹은 비석 등에 새겨서 경계로 삼은 글을 가리켰지만 후대로 내려오면서 ‘평생 곁에 두고 자신을 경계하는 글’ 또는 ‘평생의 지침으로 삼기 위한 글’을 총칭하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특별히 ‘좌우명’의 명문(名文)을 꼽자면 『고문진보』에 실릴 정도로 크게 명성을 얻은 장재(張載: 장횡거)의 <서명(西銘)>과 <동명(東銘)>을 언급할 수 있다.
장재는 북송 때 학자인데 주돈이(주염계)·정호(정명도)·정이(정이천)·소옹(소강절)과 더불어 ‘북송오자(北宋五子)’, 곧 ‘북송의 5대 철학자’라고 불릴 정도로 크게 명성을 떨친 대사상가이다.
<서명>과 <동명>은 장재가 자신의 서실(書室)의 서쪽 창과 동쪽 창에 써서 붙여놓은 좌우명이었다. 특히 장재는 서쪽 창에 써서 붙인 <서명>에는 ‘완고한 마음’을 경계해 고치겠다는 뜻을 담아서 글을 짓고, 동쪽 창에 써서 붙인 <동명>에는 ‘어리석은 마음’을 경계해 고치겠다는 뜻을 담아서 글을 지었다고 힌다. 전문을 옮겨 적기는 어렵고 <사명>과 <동명>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아래와 같다.
違曰悖德(위왈패덕) 害仁曰賊(해인왈적) 濟惡者不才(제악자불재) 其踐形惟肖者也(기천형유초자야) … 富貴福澤(부귀복택) 將以厚吾之生也(장이후오지생야) 貧賤憂戚(빈천우척) 庸玉汝於成也(용옥여어성야) 存吾順事(존오순사) 沒吾寧也(몰오녕야)
도(道)를 거스르는 것을 패덕(悖德)이라 한다. 인(仁)을 해치는 것을 도적이라 한다. 악(惡)을 돕는 자는 어리석고 못난 자이다. 온 몸을 다해 실천하는 사람만이 오직 하늘의 덕을 닮은 사람이다. … 부귀(富貴)와 행복과 은택은 장차 나의 삶을 두텁게 하려는 것이고, 빈천(貧賤)과 근심과 괴로움은 그대를 옥(玉)처럼 다듬어 완성시키려는 것이다. 나를 보존해 순리에 따라 일을 처리하면 죽어서도 나는 편안할 것이다. <서명(西銘)> 중에서
戱言出於思也(희언출어사야) 戱動作於謀也(희동작어모야) … 失於聲(실어성) 繆迷其四體(무미기사체) 謂己當然(위기당연) 自誣也(자무야) 欲他人己從(욕타인기종) 誣人也(무인야) … 不知戒其出汝者(부지계기출여자) 反歸咎其不出汝者(반귀구기불출여자) 長傲且遂非(장오차수비) 不知孰甚焉(부지숙심언)
실없는 말도 자기의 생각에서 나오고, 실없는 행동도 자신이 꾸미는 것에서 나온다. 말을 잘못하면 이 한 몸 행동도 잘못되어 버리는데 스스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을 속이는 것이고,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순종하기를 바라는 것은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이다. …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을 경계할 줄 모르고 오히려 자신에게서 나오지 않는 것처럼 실수로 돌려버려 오만함은 자라고 잘못은 널리 퍼지니 무엇이 이보다 더 심할지 알지 못하겠구나. <동명(東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