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명의 효시’ 열네 가지 경계할 일…살인자가 된 학자 최원이 새긴 명문(銘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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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명의 효시’ 열네 가지 경계할 일…살인자가 된 학자 최원이 새긴 명문(銘文)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7.0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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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3강 입교편(立敎篇)…가르침을 세워라⑧
▲ ‘좌우명’이라는 고사성어를 낳은 중국 후한(後漢) 시대 학자 최원(崔瑗: 78〜143년).

[명심보감 인문학] 제13강 입교편(立敎篇)…가르침을 세워라⑧

[한정주=역사평론가] 張思叔(장사숙) 座右銘曰(좌우명왈) 凡語(범어)를 必忠信(필충신)하고 凡行(범행)을 必篤敬(필독경)하라 飮食(음식)을 必愼節(필신절)하고 字畵(자화)를 必楷正(필해정)하라 容貌(용모)를 必端莊(필단장)하고 衣冠(의관)을 必整肅(필정숙)하라 步履(보리)를 必安詳(필안상)하고 居處(거처)를 必正靜(필정정)하라 作事(작사)를 必謀始(필모시)하고 出言(출언)을 必顧行(필고행)하라 常德(상덕)을 必固持(필고지)하고 然諾(연락)을 必重應(필중응)하라 見善(견선)을 如己出(여기출)하며 見惡(견악)을 如己病(여기병)하라 凡此十四者(범차십사자)는 皆我未深省(개아미심성)이라 書此當座右(서차당좌우)하여 朝夕視爲警(조석시위경)하노라.

(장사숙의 ‘좌우명’에서 말하였다. “말은 반드시 진실되고 믿음이 있어야 한다. 행동은 반드시 독실하고 공경스러워야 한다. 음식은 반드시 조심하고 절제하여야 한다. 글자를 쓸 때는 반드시 획이 반듯하고 바르게 써야 한다. 용모는 반드시 단정하고 장중해야 한다. 의관은 반드시 가지런하고 엄숙해야 한다. 걸음걸이는 반드시 편안하고 조용하며 여유로워야 한다. 거처할 때는 반드시 몸가짐과 옷매무새를 바르게 하고 행동거지는 조용히 해야 한다. 일을 할 때는 반드시 계획을 세운 다음 시작해야 한다. 입 밖으로 말을 할 때는 반드시 실행할 수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일상적인 도덕은 반드시 굳게 지켜야 한다. 무엇인가를 승낙하고 허락할 때는 반드시 신중하게 응해야 한다. 선(善)한 것을 보면 마치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악(惡)한 것을 보거든 마치 자기 몸의 병처럼 여겨야 한다. 무릇 이 열 네 가지는 모두 내가 미처 깊이 살피지 못한 것들이다. 이 열 네 가지를 써서 내가 앉은 자리 곁에 두고서 아침저녁으로 보면서 경계로 삼고자 한다.”)

장사숙은 북송 때의 학자이다. 사숙은 자(字)이고 이름은 역(繹)이다. 당대 최고의 석학 정이천의 제자였다.

‘좌우명(座右銘)’은 자신이 앉은 자리의 오른쪽에 새겨놓고 경계로 삼은 글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늘날에는 ‘평생 지침으로 삼는 말이나 글’을 좌우명이라고 한다.

여하튼 ‘좌우명’이라는 고사성어는 중국 후한(後漢) 시대 학자 최원(崔瑗: 78〜143년)에게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 학문에 큰 뜻을 두었던 최원은 18세 때 낙양(洛陽)으로 가서 천문 역법(曆法)과 『주역』을 배우고 익혔다. 특히 그는 서예에 능통했고 문장을 잘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형 최장이 다른 사람의 손에 죽임을 당하자 분노를 참지 못한 나머지 형을 죽인 원수를 직접 죽여 버렸다. 이 사건 이후 살인자의 신세가 된 최원은 이곳저곳으로 도망 다니며 유랑하는 생활을 해야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몇 년 후 사면을 받아 고향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지난날 분노를 참지 못해 사람을 죽인 일을 깊이 뉘우치고 자신의 행실을 바로잡아 덕행을 기르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하고 글 한 편을 지은 다음 쇠붙이에 새겨 명문(銘文)을 만들었다. 그리고 쇠붙이에 새긴 이 명문을 자신이 앉은 자리 곁에 두고 수시로 보면서 평생 자신의 말과 행동의 경계로 삼았다고 한다.

대개 자신이 앉은 자리 오른쪽에 두고 경계로 삼은 글이라고 해서 ‘좌우명’이라고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한문으로 된 문장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또한 위에서 아래로 써 내려가기 때문에 읽을 때에도 당연히 오른쪽에서부터 시작하게 된다. 즉 자신이 앉은 자리 곁에 두고 항상 오른쪽에서 읽어내려 가면서 경계로 삼았다고 해서 ‘좌우명’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좌우명’의 효시가 되는 최원의 글을 옮겨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無道人之短(무도인지단) 無說己之長(무설기지장)
施人愼勿念(시인신물념) 受施愼勿忘(수시신물망)
世譽不足慕(세예부족모) 惟仁爲紀綱(유인위기강)
隱心而後動(은심이후동) 謗議庸何傷(방의용하상)
無使名過實(무사명과실) 守愚聖所藏(수우성소장)
在涅貴不淄(재열귀불치) 曖曖內含光(애애내함광)
柔弱生之徒(유약생지도) 老氏戒剛彊(노씨계강강)
行行鄙夫志(행행비부지) 悠悠故難量(유유고난량)
愼言節飮食(신언절음식) 知足勝不祥(지족승불상)
行之苟有恒(행지구유항) 久久自芬芳(구구자분방)

다른 사람의 단점에 대해 말하지 말고, 자신의 장점에 대해 말하지 말라.
다른 사람에게 베풀었다면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받았다면 잊어버리지 말라.
세상의 명예를 부러워하지 말고, 오직 어진 언행만을 근본으로 삼아라.
마음속으로 헤아리고 난 다음 움직이고, 비방하는 말로 어찌 다른 사람을 상하게 하겠느냐.
헛된 명성이 실질을 넘어서지 않도록 하고, 어리석음을 소중하게 여겨 지키고 간직하라.
진흙 속에 있어도 물들지 않음을 귀하게 여기고, 어두움 속에서도 광명을 지녀야 한다.
부드러움과 연약함은 생명의 도반이니 노자는 굳셈과 강함을 경계했네.
행동만 앞서는 짓은 비루한 사내의 꼴이니 훗날 닥칠 일을 헤아리기 어렵다네.
말을 조심하고 음식을 절제하며 만족함을 안다면 상서롭지 않은 일을 이겨낸다네.
진실로 이것들을 행동의 지침 삼아 항상 지켜 나간다면 영원히 삶이 저절로 향기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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