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기업 “10명 중 2명만 여직원”…KT는 20년 새 반토막
상태바
30대 기업 “10명 중 2명만 여직원”…KT는 20년 새 반토막
  • 이성태 기자
  • 승인 2021.03.08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XO연구소, 임금도 남성의 70% 이하 수준 여전

국내 주요 30대 기업의 남녀별 고용 비율은 20년간 불과 5%포인트 개선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직원이 80명일 때 여성은 20명에 불과해 성비(性比)에 따른 고용 불균형 격차가 여전했다.

또 여성직원이 받는 연간 평균 보수는 20년이 흘렀지만 남성 대비 70% 미만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8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1999년 당시 조사 대상 30대 기업의 전체 직원 수는 37만362명에서 2019년에는 54만5087명으로 20년 새 고용이 17만명(47.2%) 이상 늘었다.

이 중 남자직원은 31만4765명에서 43만6210명으로 12만1445명(38.6%) 증가할 때 여성직원은 5만5597명에서 10만8877명으로 5만3280명(95.8%) 늘었다. 성별 고용 증가율만 놓고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남녀별 고용 격차는 1999년 당시만 해도 85대 15 수준이었다. 직원 100명 중 여직원이 15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후 20년이 흐른 2019년 남녀 성비는 80대 20으로 달라졌다. 여성 직원 비율이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직원 100명 중 20명 선에 그쳤다. 국내 대기업에서도 남성 직원 선호도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조사 대상 30대 기업의 20년간 여직원 고용은 회사별로도 편차가 컸다. 1999년 대비 2019년 여직원 수가 1000명 넘게 늘어난 회사는 30곳 중 9곳이었다.

이 중 삼성전자가 9894명에서 2만7334명으로 1만7440명 늘어 여성 인력을 가장 많이 충원했다. 삼성전자는 1999년과 2019년 모두 국내 기업 중 여성 고용 인력 규모가 가장 컸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도 1만4704명(2693명→2만7334명)이나 여직원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

이외에 대한항공(4505명), 한전(4147명), LG디스플레이(3258명), 아시아나항공(2257명) 등도 여직원을 2000명 이상 늘렸다. 이들 기업은 평균 매년 100명 이상의 여성 인력을 뽑아 여성 인력 자리 창출에 앞장선 기업군에 속했다.

반면 KT는 1999년 8355명이었던 여직원이 2019년에는 4080명으로 반토막났다. 이외에 삼성전기 888명(3621명→2733명), 현대건설 494명(1128명→634명)도 100명 이상 여직원 수가 감소하며 여성 인력 고용 시계가 거꾸로 움직였다.

전체 직원 중 여성직원 비율 증감 현황으로 보면 상황은 달랐다. LG디스플레이는 1999년만 해도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34.6%였다. 그런데 2019년에는 16.1%로 크게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기 13.7%포인트(37.5%→23.9%), 삼성물산 8.1%포인트(28.9%→20.8%), 삼성SDI 6.7%포인트(20.7%→14%), SK하이닉스 6.4%포인트(42.7%→36.3%) 순으로 남직원 대비 여직원 비율이 후퇴했다.

이중 삼성물산은 제일모직 등과의 합병 이슈가 있었고 SK하이닉스는 현대전자산업을 인수하며 주인이 바뀌었다. 합병과 인수 과정 등을 거치며 오히려 여직원 비율은 이전보다 더 하락한 셈이다.

한국전력공사는 1999년 당시만 해도 여성 비중이 전체 직원의 2.3% 수준에 그쳤지만 2019년에는 20.9%로 18.6%포인트 증가했다. 대한항공 16.7%포인트(25.6%→42.3%), HMM 14.2%포인트(7.1%→21.3%), 롯데케미칼 10.8%포인트(2%→12.8%), DL 10.4%포인트(2.4%→12.8%) 수준으로 여성 인력 비중 확대에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기업 중 2019년 기준 여성 고용 비율이 50%를 넘는 곳은 롯데쇼핑(68.8%)과 아시아나항공(52.7%) 두 곳이었다. 20년 전인 1999년에는 롯데쇼핑이 59.4%로 30대 기업 중 유일하게 여직원 비중이 50%를 넘었다.

한편 남성직원의 1인당 평균 연간 보수를 100%라고 할 때 여성직원 급여 수준은 1999년 65.8%에서 2019년 66.7% 수준으로 소폭 높아졌다. 여직원 임금 수준은 세월이 흐르면서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남직원 임금의 70%에도 미치지 못했다.

1999년 당시만 해도 조사 대상 30개 대기업 중 남직원 대비 여직원 임금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모비스였다. 당시 현대모비스 남성직원이 평균 20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직원은 1800만원 수준이었다. 남성과 여성 직원의 보수는 100대 90 수준으로 거의 대등했다.

이어 한국가스공사(88.5), 현대건설(85.4), KT(84), 고려아연(80.4), 대한항공(80) 등도 여직원 보수 비율이 80%를 상회했다.

그러나 2019년 여직원 임금이 남직원의 80% 이상 유지하는 곳은 6곳에서 2곳으로 감소했다. KT가 100대 86.2 수준으로 그나마 가장 높았다. KT는 2019년 남자 직원이 평균 87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7500만원을 받았다. 기아차에서 사명을 바꾼 기아도 100대 82.8로 여직원 보수가 80%를 상회했다. 남직원 평균 급여가 8700만원일 때 여직원은 7200만원 수준이었다.

1999년 대비 2019년 남성직원 급여 대비 여성직원 급여 비율은 SK하이닉스가 가장 높았다. 1999년 현대전자산업 당시 여성직원 보수 비율이 남성의 53% 수준이었지만 SK그룹으로 편입된 2019년에는 72.2%로 크게 상승했다. 20년 새 여직원 보수 비율이 20%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0년 전보다 남성 대비 여성 고용 비율은 다소 낮았지만 급여 대우는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어 기아 18.7%포인트(64.1%→82.8%), 한전 14.3%포인트(62.8%→77.1%), 현대차 13.7%포인트(64.6%→78.4%) 등도 여성 연간 보수 비율이 높아진 그룹군에 이름을 올렸다.

조사 대상 30대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제출하는 회사 10곳의 여성 육아휴직 후 복귀 비율은 평균 94% 수준으로 높았다. 육아휴직을 사용해 회사로 다시 복귀하는 비율이 100명 중 94명 이상이라는 의미다.

에쓰-오일은 여직원의 육아휴직 후 복귀율이 100%였고 한전(99.3%), SK하이닉스(98.4%), LG디스플레이(96.4%), 기아(95.1%), 삼성전자(93.7%), 대한항공(93%) 순으로 높았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최근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ESG경영이 중요한 화두가 되면서 조직 운영의 다양성(Diversity)과 포용성(Inclusion)이 중요해지다 보니 남성 대비 여성 인력 비중과 급여 수준에 대한 부분도 중요한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며 “기업 경영진들은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다양성과 포용성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여성의 고용 비율과 임원 증가, 임금 수준을 남성 대비 어느 정도 비율로 맞춰 나갈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정책을 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매출 상위 상장사 중 1999년과 2019년 남녀 직원 성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대기업 30곳이 대상이었다. 합병과 인수 등의 변화가 있던 기업도 조사 범위에 포함시켰고, 남녀별 직원 수와 평균 보수 등은 각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이뤄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