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미정과 금오저수지 너머 펼쳐지는 구미 시내 조망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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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미정과 금오저수지 너머 펼쳐지는 구미 시내 조망 일품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1.01.2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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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㊺ 도선국사·야은 길재 등 곳곳 문화유적
[사진=이경구]
현월봉의 조망 약사암과 구미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이경구]

금오산은 경상북도 구미시와 김천시·칠곡군에 걸쳐 힘과 기상이 넘치는 해발 977m의 산이다. 백두대간에서 분기한 수도지맥이 또 하나의 산줄기를 북동쪽으로 낳은 금오지맥의 맹주 격이다.

산세가 가파른 바위산으로 현월봉(정상), 약사봉, 보봉으로 이루어져 있고 산 아래 계곡 입구에는 평화롭고 고요한 금오지가 있어 둘레길 수변 산책코스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금오산(金烏山)이라는 이름은 황금빛 까마귀(금오)가 날개를 펼치며 비상하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도립공원이자 자연보호운동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사진=이경구]
금오지. [사진=이경구]

구미는 필자의 모교 고등학교가 있어 저려 오는 추억과 그리움이 남아있는 도시다. “웅장한 금오산 정기 어린 그 기슭…”으로 시작되는 한 구절이 모교의 교가이기도 하다.

전교생이 통제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엄한 사감 선생님으로부터 외출증을 받고 벗어나 뛸 듯이 기뻐 찾아 자유를 만끽한 곳이 금오산 언저리였다. 아직도 그 시절이 흑백영화처럼 생생하다.

1980년대 초 격동의 시기를 견뎌낸 그 시절을 함께 보낸 깊은 인연을 돌이켜 생각해보며 산문이 있는 금오산 관리사무소 앞에 섰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금오산은 값진 문화 유적들을 간직한 산이다. 고려말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충신 야은 길재가 이곳 금오산 기슭에 은거해 충절을 기리던 채미정과 고려 시대 축조된 금오산성, 기암절벽 아래 자리한 약사암, 신라 도선이 창건한 해운사와 도선국사가 수행하던 도선굴이 있다.

산 등산로는 여러 갈래로 많지만 구미쪽에서 시작되는 코스는 4개다. 그중 주차장(채미정)-케이블카 승강장-해운사-도선굴-대혜폭포-정상(현월봉)-약사암-마애불-대혜문(금오산성 외문) 코스로 원점회귀하는 산행코스를 잡았다.

채미정은 하산해서 들러보기로 하고 관리소를 지나 소나무 숲길을 따라 10여분 오르면 케이블카 승강장 갈림길이 나오며 첫 이정표가 ‘정상 3.3km’를 알려준다.

[사진=이경구]
도선굴. [사진=이경구]

산행은 넓은 계단이 설치돼 편안한 완경사길로 오르다가 어느새 자연석 돌길로 변하고 금오산성 남문을 지난다. 올라가는 길 곳곳에 간절한 염원을 담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누석단(돌탑)이 세워져 있고 영흥정 샘물을 지나 산행 30분 만에 신라 말 도선대사가 창건한 구름도 쉬어가는 절집 해운사(海雲寺)에 도착했다.

잠시 샘물에 목을 축이고 200m 떨어진 절 뒷편 도선굴로 발길을 옮긴다. 도선굴에 이르는 길은 아찔한 바위길로 신라말 풍수의 대가인 도선국사와 길재 선생이 은거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도선굴 앞의 난간에서 구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도선굴에서 내려오면 27m 낙차의 대혜폭포가 나오며 떨어지는 물소리가 금오산을 울린다 하여 명금(鳴金)폭포란 별명도 있다. 이곳은 해발 400m 지점으로 정상까지는 2.1m가 남는다.

[사진=이경구]
대혜폭포. [사진=이경구]

여기서부터 가파른 계단 길인 금오산 할딱길을 올라가야 한다. 빨라지는 심장박동과 허벅지가 팍팍해져 오며 호흡기간이 팽팽해진다. 할딱계단길이 끝나는 지점에 전망바위에서 채미정과 금오저수지 너머 구미시내를 펼쳐지는 조망이 일품이다.

전망바위부터 다시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숨이 턱에 걸릴무렵 갈림길이 나오며 0.9km 정상 이정표가 반긴다.

약사암 우측 정상 방향으로 잠깐 올라가면 능선에 닿고 가팔랐던 길도 순해진다. 금오산성 터를 지나 다시 오르막길을 이어가면 헬기장이 나오고 ‘달이 매달려 있다’는 현월봉(懸月峰) 정상 표지석이 서 있다. 3.3km 2시간30분 소요됐다.

[사진=이경구]
약사암 범종각. [사진=이경구]

북동쪽으로 낙동강 너머 산들이 겹겹이 포개져 있고 남으로는 대구 팔공산과 동으로는 수도산까지 뻗는 산줄기가 기운차게 펼쳐진다. 조망 와이드 사진과 몇 컷과 셀카 사진을 찍고 커다란 바위틈으로 가파른 계단길을 내려가 동국제일문을 통과해 약사암에 이른다.

약사봉(958m)의 아슬아슬하게 깎아지른 암벽 아래 지어진 약사전과 범종각은 건축에 생명을 불어넣은 단연 돋보이는 금오산의 백미다. 특히 범종각은 현수교로 연결돼 있고 단아한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절경에 취하고 또 취해 본다.

[사진=이경구]
마애여래입상. [사진=이경구]

약사전에서 좌측으로 10여분 내려서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이정표에 마애보살입상 0.7km, 법성사 2.4km를 알려준다. 법성사 쪽으로 하산할 수도 있지만 마애불을 보려면 왼편 산허리 길을 걸으면 10여분 만에 마애불에 도착한다. 이 높은 곳에 마애불을 새겨 안녕을 기원하는 자비로움에 숙연해진다.

마애불 앞을 내려서서 계속 산허리를 휘돌아 10여분 가면 작은 규모의 너덜지대가 나타나고, 이어 5분 정도 더 가면 올라갈 때 만났던 갈림길을 만나 하산한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고려가 망하자 고향에 낙향해 금오산에 은거했던 야은 길재. 조선 왕조를 섬길 수 없다는 선생의 대쪽같은 향기가 묻어나는 채미정의 바윗돌에 새겨진 회고가를 읍조려 본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依舊)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금오지의 물비늘이 지는 해에 묻어지는 시각. 산길을 벗삼아 5시간. 온몸이 알딸딸하다.

구미의 오랜 벗과 함께 주막집으로 향하며 산행을 마친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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