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300대 기업이 올 3분기까지 미등기임원 한 명에게 지급한 평균보수는 2억58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장급 이하 일반직원 5400만원보다 4.7배 높은 것이다.
임원과 직원 간 임금 격차는 작년 같은 기간 4.4배보다 더 벌어졌다. 또 임직원에 지출된 인건비 규모가 큰 상위 10곳 중 7곳은 코로나19 등으로 작년 3분기보다 인건비를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15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300대 기업에서 임원과 직원에게 지출한 인건비는 총 55조7831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55조8676억원보다 844억원 줄어든 금액이다.
임원과 직원으로 따로 구분하면 상황은 엇갈렸다. 직원 인건비는 53조7450억원에서 53조5493억원으로 1957억원 감소한 반면 임원 보수는 2조1226억원에서 2조2338억원으로 1112억원 늘었다.
임직원에게 지급한 총 인건비 금액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전자였다. 작년 3분기 임직원에게 6조7871억원이나 되는 비용을 인건비로 지출했는데 올해는 7조4332억원으로 1년 새 6461억원(9.5%) 늘렸다.
LG화학도 1조3180억원에서 1조3639억원으로 459억원, 포스코는 1조2606억원에서 1조2982억원으로 376억원 증가했다.
반면 인건비 규모가 큰 상위 10곳 중 7곳은 인건비 규모가 하락했다.
3분기 정기보고서에 의하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조6200억원이던 임금 규모가 올해는 1조9542억원으로 6658억원(25.4%) 감소했다. 대한항공도 1조2245억원에서 9653억원으로 1년 새 2591억원(21.2%) 줄었다. LG디스플레이 1513억원(9.7%), 케이티 551억원(3.8%), 현대차 113억원(0.3%), LG전자 43억원(0.2%) 순으로 인건비가 낮아졌다.
작년 3분기 대비 올해 같은 기간 300개 기업에서 인건비가 떨어진 것은 고용 인원과 연광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 인원이 감소하면서 인건비 규모도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실제 조사 대상 300대 기업의 작년 3분기 직원 숫자는 98만4409명이었는데 올해는 97만4450명으로 1년 만에 9959명이나 회사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기업의 꽃인 임원 자리도 100곳 넘게 사라졌다. 작년 3분기 8775명이었던 임원은 올해 8627명으로 148명의 책상이 사라졌다.
임원과 직원 간 임금 격차는 1년 새 더 벌어졌다. 300대 기업의 올 3분기 직원 1인당 평균보수는 5496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만원(0.6%)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임원 한 명당 받은 평균임금은 2억4189만원에서 2억5894만원으로 1705만원(7%) 많아졌다.
이에 따라 임원과 직원 간 평균보수는 작년 3분기 기준 4.43배 격차에서 올해는 4.71배로 더 벌어졌다. 대기업에서 임원이 되려는 이유 중 하나로 설명될 수 있는 대목이다.
임원 평균보수 상위 10위에는 메리츠증권이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올 3분기 보고서 기준 미등기 임원 수는 38명으로, 이들에게 지급한 인건비 규모는 319억원에 달했다. 임원 1인당 평균보수는 8억4210만원으로 조사 대상 300곳 중 가장 많았다.
이어 엔씨소프트(6억5020만원), 삼성전자(5억6990만원)도 3분기까지 평균 5억원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외 SK하이닉스(4억8270만원), 포스코케미칼(4억7790만원), LG생활건강(4억7200만원), SK텔레콤(4억5560만원), 포스코(4억5100만원), GS건설(4억3670만원), LG전자(4억3060만원) 순으로 임원 평균보수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의 평균보수가 가장 높은 곳도 메리츠증권이었다. 직원 평균보수는 1억1970만원으로 1억원을 넘겼다.
9000만원이 넘는 곳도 4곳이었다. 삼성증권(9490만원), NH투자증권(9430만원), SK텔레콤(9060만원), 미래에셋대우(8930만원)이 톱4에 속했다. 이어 코리안리(8540만원), 유안타증권(8340만원), 카카오(8200만원), 롯데정밀화학(7940만원), 에쓰오일(7890만원) 순으로 높았다.
업종별 임원과 직원 평균보수도 편차가 컸다. 임원 보수가 높은 업종은 전자(4억5838만원), 정보·통신(3억5704만원), 금융(2억8184만원), 무역·유통(2억6865만원), 철강(2억3634만원), 석유·화학(2억2778만원) 등이 평균 2억원을 상회했다.
기계(1억1829만원), 운수(1억2461만원), 패션(1억3403만원), 고무·플라스틱(1억3464만원), 제약(1억3911만원) 업종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했다.
건설(1억8365만원), 자동차(1억7901만원), 시멘트·광물(1억7303만원) 업종의 임원 1인당 평균보수도 2억원을 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원 평균보수는 금융 업종이 6707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자(6226만원), 정보·통신(6026만원) 업종이 3분기에만 6000만원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다음으로는 철강(5978만원), 자동차(5913만원), 석유·화학(5827만원), 건설(5588만원), 기계(5261만원) 업종이 평균 5000만원 이상 6000만원 미만으로 조사됐다.
무역·유통(3699만원), 식품(3775만원), 패션(3933만원), 운수(4268만원), 고무·플라스틱(4488만원), 제약(4729만원), 시멘트·광물(4764만원) 업종 등은 5000만원 미만에 그쳤다.
임원과 직원 간 보수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곳은 전자 업종으로 7.36배나 차이가 났다. 무역·유통도 7.26배로 임원과 직원 간 보수 격차가 큰 편에 속했다. 이어 정보·통신(5.93배), 식품(4.41배), 금융(4.2배) 업종 등은 4배 이상 벌어졌다.
반면 기계 업종은 2.25배로 임원과 직원 간 임금 격차가 가장 적었다. 운수(2.92배), 제약(2.94배)업도 3배 미만 수준으로 낮았다. 이외 고무·플라스틱(3배), 자동차(3.03배), 건설(3.29배), 패션(3.41배), 시멘트·광물(3.63배), 석유·화학(3.91배), 철강(3.95배)로 3배 이상 4배 미만 수준을 유지했다.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통상적으로 기업은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 고용 인원을 줄이고 인건비를 절감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경향이 짙다”며 “올해와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전자를 필두로 한 IT와 증권 업종 등은 오히려 인건비를 늘렸지만 유통·운수 업종 등은 고용 인원과 인건비를 줄여 위기를 극복하려는 흐름이 강해 업종 간 임원과 직원에게 돌아가는 임금에 대한 빛과 그림자도 더욱 선명하게 갈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