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탈학벌 가속화…SKY 출신 CEO 2년째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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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탈학벌 가속화…SKY 출신 CEO 2년째 30%↓
  • 이성태 기자
  • 승인 2020.12.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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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코써치, 1000대 기업 임원 인사 시리즈⑤ 이공계 CEO 절반 밑으로 회귀

소위 명문대로 지칭되는 ‘SKY(서울·고려·연세대)’ 대학 출신 CEO 비율이 2년 연속 30%를 밑돌며 재계에 탈(脫)학벌 바람이 올해도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2010년과 비교하면 SKY 출신은 10년새 15%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이공계열 학과를 나온 CEO 비중은 1년 만에 다시 절반 아래로 떨어졌고 서울대 경영학과는 국내 CEO 최고 요람지 아성을 올해도 지켜냈다.

2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올해 1000대 기업 CEO 1633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은 243명(14.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려대(121명, 7.4%), 연세대(114명, 7%) 순으로 높았다.

서울대 출신 CEO가 고려대와 연세대 출신 최고경영자를 합친 숫자보다 더 많은 ‘S>K+Y’ 공식은 올해도 유효했다.

대표적인 서울대 출신 CEO 중에서는 CJ제일제당 손경식 회장, 한국단자공업 이창원 회장, 동진쎄미켐 이부섭 회장, 한샘 조창걸 창업자, 삼양통상 허남각 회장 등이 포함됐다.

이 외에 주요 오너급 중에서는 서울도시가스 김영민 회장, 대성그룹 김영훈 회장, 휴맥스 변대규 회장 등이 같은 동문 출신이고 녹십자 허은철 사장은 1970년대생 서울대 출신 젊은 오너가에 포함됐다.

고려대 출신은 국내 30대 그룹총수 중 3분의 1 정도를 차지했다. SK 최태원 회장, GS 허창수 회장, CJ 이재현 회장, 두산 박정원 회장,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한국투자금융 김남구 회장, HDC 정몽규 회장, KCC 정몽진 회장이 모두 같은 대학 출신의 동문 기업가들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LS그룹 구자열 회장, 삼양그룹 김윤 회장,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도 이름을 올렸다. 고려대 출신 오너급 경영자들만 한자리에 모여도 웬만한 경제단체보다 위상이 높은 셈이다.

연세대 CEO 중에서는 여성 최고경영자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을 비롯해 클리오 한현옥 대표이사, 매일유업 김선희 대표이사, 인지디스플레이·싸이맥스 정혜승 부회장, 콜마비앤에이치 윤여원 대표이사는 연세대를 졸업한 여성 기업가로 꼽혔다.

올해 1000대 기업에서 SKY 출신 CEO는 29.3%(478명)로 10명 중 3명 정도에 그쳤다. 지난 2010년 43.8%와 비교하면 14.5%포인트 하락했다. 또 500대 기업 대상으로 조사했던 지난 2007년 59.7%와 견줘보면 30%포인트 넘게 줄었다.

지난 2008년 이후 40%대를 유지해오던 SKY 출신 최고경영자는 2013년 39.5%로 처음 30%대로 떨어졌다. 이어 작년에는 29.4%로 30% 밑으로 처음 감소했고 올해는 작년보다 0.1%포인트 더 낮아졌다.

올해 파악된 SKY 출신 CEO를 연령대별로 분석해보면 1960~1963년 사이 태어난 1960년대 초반생이 22.1%로 가장 많았다. 작년 19.4%보다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이어 1964~1966년 출생한 1960년대 중반생이 16.4%로 지난해 13%보다 3%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1957~1959년 사이에 해당하는 1950년대 후반생은 14.1%로 전년 14.8%에서 소폭 감소했다. 1960년대생 CEO가 재계의 핵심층으로 등장하면서 SKY 출신 CEO 판도도 바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SKY 출신 다음으로는 한양대(79명), 성균관대(45명), 중앙대(39명), 부산대(37명), 서강대·한국외국어대(각 33명), 경북대(26명), 경희대(25명), 인하대(24명), 영남대(22명) 순으로 20명 이상 CEO를 배출시킨 대학군에 이름이 올랐다.

서울·경기권을 제외한 지방대 중에서는 부산대, 경북대, 영남대 세 곳이 20명 이상 CEO를 배출하며 지방 CEO 명문대의 위상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부산대 출신으로는 화승그룹 현승훈 회장, 포스코 최정우 회장, BNK금융지주 김지완 회장 등이 있고 경북대 중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사장, LG이노텍 정철동 사장,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이수일 사장이 뛰고 있다. KT&G 백복인 사장, 한미약품 우종수 사장, 유한양행 이정희 사장 등은 영남대를 나온 CEO 그룹에 속했다.

작년 1000대 기업 CEO 대학별 전공 현황 중 이공계 출신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수치는 올해 46.4%로 낮아졌다. 연도별 1000대 기업 CEO 이공계 출신 비율은 2011년 43.9%, 2012년 44.4%, 2013년 45.3%, 2019년 51.6%로 증가 추세를 보여 오다가 올해 감소세가 한풀 꺾인 양상이다. 경영·경제학도 등 상경계열 전공자가 상대적으로 많아진 요인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 대상자 중 학부별 전공까지 파악 가능한 CEO 중에서는 경영학도 출신이 21.2%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학도 7.7%로 나타났다. 두 전공자 숫자만 해도 30%에 육박할 정도로 CEO 사이에 인기를 끄는 전공으로 자리매김을 확실히 했다.

특히 경영학도 중에서는 SKY 출신 3곳의 경영학과를 나온 CEO만 해도 100명을 넘어섰다. 이 중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 39명으로 가장 많아 CEO 최고 요람지의 아성을 지켜냈다. 이어 고려대 경영학 35명, 연세대 경영학 33명 순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3개 대학 경영학과 숫자 편차가 크지 않아 언제라도 순위가 뒤바뀔 수 있어 CEO 최고 요람지를 놓고 보이지 않은 자존심 전쟁은 더욱 치열해진 양상이다.

대표적인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 CEO로는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1955년) 회장, 이수화학 김상범(1961년) 회장을 비롯해 ㈜LG 권영수(1957년) 부회장, SK이노베이션 김준(1961년) 사장, 대한항공 우기홍(1962년) 사장, 메리츠화재 김용범(1963년) 부회장, 광동제약 최성원(1969년) 부회장 등이 대학 선·후배 경영자로 파악됐다.

경영학과·경제학과에 이어 전화기 학과로 통하는 전자공학(6%), 화학공학(6.1%), 기계공학(6.8%) 전공자 CEO도 5명 중 1명꼴이었다.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 OCI 이우현 부회장은 서강대 화학공학,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최근 재계는 단순히 SKY 출신과 같은 학벌 위주로 CEO와 임원들을 선발하려는 방식에서 탈피해 시대 변화 흐름을 빨리 읽을 수 있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과 조직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인성을 겸비한 인재를 리더로 선발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앞으로는 자신만의 필살기가 될 수 있는 스킬(Skill)과 다양한 전문지식(Knowledge)을 축적하면서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해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젊은(Young) 사고방식을 겸비한 ‘뉴 SKY’ 인재가 리더로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 대상 1000대 기업은 상장사 매출액 기준이며 CEO는 반기보고서 기준 대표이사 직위를 유지하고 있거나 사장급 이상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등기임원(사내이사)이이었다. 학부 출신대학과 전공 현황 등은 정기보고서를 기준으로 했고 언론기사와 인물검색 등의 자료 등도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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