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火)에 관한 지식과 정보 글로 엮은 이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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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火)에 관한 지식과 정보 글로 엮은 이덕무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6.2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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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23)

[한정주=역사평론가] 기름종이를 뜨거운 햇볕에 쬐면 불이 일어난다. 물방울이 석회(石灰)에 떨어지면 불이 일어난다. 화약을 찧는데 모래가 들어가면 불이 일어난다. 사람이 소주를 많이 마시면 코에서 불이 일어난다.

솥에 기름을 끓이면 그 가운데에서 불이 일어난다. 밤에 바다에서 파도가 치면 화염이 번쩍번쩍 일어난다. 무덤 중앙의 불은 관을 불태운다.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면 서로 마찰을 일으켜 불이 일어난다.

경상도 영해부(寧海府)에서는 지화(地火)가 타오른다. 또한 만 섬의 기름을 쌓아놓자 불이 났다. ‘화(火)’를 파자(破字)한 모양인 ‘팔인(八人)’의 꿈을 꾸자 불이 났다. 곰이 나타나자 불이 났다. 전설의 괴조(怪鳥)인 필방(畢方)이 도래하자 불이 났다. 화재를 다스리는 전설의 신 회록(回祿)이 출현하자 불이 났다.

관악산에는 화봉(火峯)이 있어서 경복궁에 불이 났다. 곰이 변한 천사가 도래하여 평양에 불이 났다.

보석인 화제(火齊)가 불을 끌고, 오목거울인 양수(陽燧)가 불을 일으키는 것은 사람들이 항상 보는 일이다.

어떤 사람에게 새로 태어난 손자가 있었다. 정북창이 그 아이가 ‘화정(火精 : 불의 정기)’이라는 사실을 알고 급히 강에 던지도록 했다. 그러자 강물이 뜨거워지면서 부글부글 끓었다. 역시 이상한 일이다. (재번역)

曝油紙于烈陽 火生 水滴于石灰 火生 搗火藥而沙入則火生 人多飮燒酒 火生于鼻 煮膏于鼎 火生其中 夜擊海波 則火焰閃閃 墓中之火燒棺 松樹簇立 相磨戛則火生 寧海府地火燃 亦有積油萬斛而火生 夢八人而火 熊現而火 畢方來而火 回祿出而火 冠岳有火峯 景福宮火 熊化天使來而平壤火 若火齊引火 陽隧生火 人之恒見者耳 人有新生孫 鄭北窻 知其爲火精 使之急投于江 江水熱沸 亦異事耳.

불(火)에 관한 모든 지식과 정보를 모아 글로 엮었다.

이덕무의 사우(師友)들이 남긴 말에 따르면 이덕무는 저자거리에서 기이한 말이나 특이한 소문을 듣기라도 하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기록했다고 한다.

항상 종이와 휴대용 붓과 먹을 품고 다니면서 신분고하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묻고 듣고 말하는 도중에 얻게 된 세상에 관한 온갖 지식과 정보를 글로 옮겨 적었다.

유학과 성리학의 거대담론과 주제에서 벗어나 사소한 일상사와 개인적 관심사를 중시한 새로운 글쓰기의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박물학과 백과사전적 지식 탐구와 정보 기록은 이덕무의 문집인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수록되어 있는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와 『앙엽기(盎葉記)』와 『한죽당섭필(寒竹堂涉筆』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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