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출한 암릉과 노송 어우러진 일곱 봉우리…괴산 칠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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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출한 암릉과 노송 어우러진 일곱 봉우리…괴산 칠보산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1.12.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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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56) 첩첩 산줄기 곡선의 절묘한 공간감
[사진=이경구]
바위틈으로 흐르는 계곡수. [사진=이경구]

깊은 산골짜기에 부는 삭풍이 알싸하니 차갑다. 눈앞의 맑고 투명한 계곡 밑바닥엔 굽이굽이 돌아 쉼 없이 흐르는 물소리가 또랑또랑 매끈하다. 뼈골만 남은 앙상하고 헐벗은 빈숲에 간간히 볕이 든다.

평일 등산객은 한 명도 보이질 않고 들머리는 적막강산처럼 조용하다. 겨울산이 만든 풍경 속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사진=이경구]
바위틈 고드름은 우득우드득 씹어 먹을 만큼 깨끗하다. [사진=이경구]

충북 괴산군 칠보산(778m)으로 배낭을 꾸려 산행에 나섰다. 서울TG를 진입해 칠보산 주차장까지 2시간30분이 소요됐다.

등산코스는 쌍곡계곡 초입인 떡바위를 출발해 청석재를 지나 칠보산 정상에 올랐다가 살구나무골로 쌍곡폭포를 보고 산행 날머리가 있는 쌍곡휴게소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총 8km로 약 4시간 정도 산행을 예상한다.

들머리 떡바위에서 쌍곡계곡을 건너는 나무다리를 지나 문수암골 계곡으로 산행은 시작된다.

[사진=이경구]
능선에 올라서니 겨울 햇살이 쨍쨍하다. [사진=이경구]

칠보산(778m)은 괴산군 칠성면 태성리에 위치해 있으며 걸출한 암릉과 노송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하고 일곱 개의 보석 같은 봉우리가 있다고 해서 칠보산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특히 칠보산 쌍곡구곡은 칠성면 쌍곡마을로부터 제수리재에 이르기까지 10.5㎞의 긴 구간을 이어간다.

울창한 숲 사이를 맑은 물줄기가 매끄러운 반석을 훑으며 흘러내리는 쌍곡계곡은 변화무쌍하며 시원한 풍광에 여름 산행지로 인기가 많지만 오늘 산행은 아무런 치장 없이 보여주는 겨울산의 매력과 가르침도 한 번 더 새겨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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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 각연사가 산골짜기에 고요하다. [사진=이경구]

산길은 완만한 흙길과 계단길로 이어지며 맑은 계곡물을 서너 번 건너 고도를 높혀가지만 무난한 오르막 산길이다. 다양한 형태의 바위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떡바위를 출발한 지 1시간 만에 2.1km를 올라 청석재(594m)에 도착했다. 청석재는 칠보산 최단코스 출발점인 각연사 코스에서 올라온 길과 떡바위 코스가 합류되는 지점으로 전면에 정상이 가깝게 보이고 0.6km 남는다.

청석재를 뒤로하고 가파른 데크계단길로 올라 중절모바위 버선코바위 등 기암과 노송이 어울어지며 시야가 탁 트이는 조망지점이다. 은근히 솔향이 번진다.

서쪽에 쌍곡계곡을 두고 보배산과 군자산이 가깝게 보이며 왼편 아래론 보개산의 품에 오랜 역사를 이어오는 각연사가 내려 보인다. 암릉길을 밟으며 도착한 정상부는 평탄하고 넓은 편이다.

[사진=이경구]
백두대간에 자리 잡고 있는 대야산과 희양산이 아련하게 보인다. [사진=이경구]

동서남북 막힘없는 조망과 산줄기와 마루금이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 놓았다. 백두대간이 길게 장막을 치고 있는 듯 이어지고 소백산맥 줄기의 희양산도 보인다. 남으로는 대야산, 그 너머로는 속리산 산릉이 가뭇하다. 온 사방 첩첩산중 산줄기의 곡선이 밀집돼 절묘한 공간감을 느껴진다.

백두대간에 자리 잡고 있는 대야산과 희양산이 아련하게 보인다. [사진=이경구]
속리산이 조망된다. [사진=이경구]

하산은 올라온 반대 방향 절말(쌍곡리) 쪽으로 급한 계단길을 내려서며 능선 안부인 활목고개로 이어진다. 활목고개까지 0.7km 구간은 바윗길로 경사가 급해 스릴도 맛보며 기암절벽과 조망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선바위,거북바위,마당바위를 거쳐 활목고개에 닿고 절말까지 3.6km 남는다. 다시 가파른 내리막길을 1km정도 내려서면 경사는 완만해져 편한 숲길이 쌍곡휴게소(절말)까지 2.5km 이어진다.

[사진=이경구]
반석을 타고 흐르는 쌍곡계곡엔 넓은 소가 많다. [사진=이경구]

계곡합수지점(살구나무골 갈림길)부터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고 소가 연이어 나타나고 깊지는 않지만 벼랑위의 소나무와 어우러져 운치가 뛰어나다. 계곡은 거울처럼 투명한 청류에 깨끗한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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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곡계곡을 따라서 하늘을 찌를듯 길게 뻗어 있는 낙엽송 숲. [사진=이경구]

괴산군엔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온통 산이 중첩된다. 소백산맥의 산릉이 연봉을 이루며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골 깊은 산골짜기마다 아름다운 계곡을 품고 있고 너른 바위에 앉아 시원한 계곡수에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세를 치른다. 겨울산의 맵고 맑은 길에서 보여지는 산맥은 장엄함을 연출한다.

자연은 절후에 따라 제자리로 찾아와 사람들을 품는다. 겨울산의 눈꽃과 상고대는 없었지만 코끗이 찡한 겨울의 맛과 미동없이 고요한 겨울산은 매력적이다.

[사진=이경구]
정상석. [사진=이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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