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무 詩의 온도]㉝ 반정균이 비평한 시권에 쓰다
한나라와 위나라를 본받아 따라봤자 참마음만 잃을 뿐 專門漢魏損眞心
나는 지금 사람이기에 또한 지금을 좋아할 뿐이네 我是今人亦嗜今
만송(晩宋)과 만명(晩明) 사이의 별다른 길을 개척했다는 晩宋晩明開別逕
난공(蘭公: 반정균)의 한마디 말은 나를 알아본 것이지 蘭公一語托知音
『아정유고 3』 (재번역)
[한정주=역사평론가] 필자는 이덕무를 좋아하는 만큼 김수영을 좋아한다. 두 사람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아방가르드 정신 때문이다.
전위주의 혹은 전위예술을 뜻하는 아방가르드 정신의 본질은 ‘혁신’이다. 혁신은 이전 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상상하고, 실험하고, 도전하고, 모험하고, 개척하고, 생산하고, 창조한다는 뜻이다.
혁신을 위해 필요한 조건은 ‘불온성’이다. 불온해야 낯익고 익숙한 것을 거부하고 부정할 수 있으며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온해야 아직 존재하지 않거나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꿈과 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문화의 본질이고, 이 때문에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불온하다고 선언한 김수영을 사랑한다.
‘불온함’이야말로 ‘살아있음’의 증거다. 글이 불온하지 않다면 그 글은 죽은 글이요, 사람이 불온하지 않다면 그 사람은 죽은 사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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