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진이 보내온 글자에 따라 시를 짓다
상태바
원유진이 보내온 글자에 따라 시를 짓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20.07.20 0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덕무 詩의 온도]㉜ 이덕무와 신천옹

인연 따라 신천옹에게 마음 의지하니        隨緣自扥信天翁
현세의 호걸이요 술고래네                  現世豪情又酒龍
거나하게 취해 홀로 웃음 참지 못하고       澹醉難禁孤笑發
서책에 둘러싸여 그 속에 앉아있네          書城周帀據當中
『아정유고 3』(재번역)

[한정주=역사평론가] 수많은 호를 사용했던 이덕무를 대표하는 호는 무엇일까?

‘청장관(靑莊館)’이다. 이 호가 이덕무를 대표하는 호가 된 까닭은 무엇인가? 그의 자의식이 가장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박지원은 이덕무가 ‘청장관’을 호로 삼은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청장(靑莊)은 해오라기의 별명이다. 이 새는 강이나 호수에 사는데 먹이를 뒤쫓지 않고 제 앞을 지나가는 물고기만 쪼아 먹는다. 그래서 신천옹(信天翁)이라고도 한다. 이덕무가 ‘청장관’을 자신의 호로 삼은 것은 이 때문이다.”

‘청장’은 해오라기 혹은 신천옹이라고도 불리는 새다. 먹이를 뒤쫓지 않고 제 앞을 지나가는 물고기만 잡아먹는 이 새의 특징에 의탁하여 이덕무는 재물과 명예와 출세와 권력을 뒤쫓아 다니지 않는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기 위해 ‘청장관’이라는 호를 사용한 것이다.

자의식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자각적 의식이다. ‘나란 누구인가’ 혹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자기 인식이나 자각적 의식, 다시 말해 나는 어떤 존재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스스로 갖고 있는 어떤 인식과 의식이 바로 자의식이다.

‘청장관’이라는 호에는 욕심 없고 순박하고 담백한 존재로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이덕무의 마음이 담겨 있다. 또한 욕심 없고 순박하고 담백한 삶을 살겠다는 이덕무의 의지가 새겨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신천옹’은 바로 이덕무의 자의식이다. 이덕무가 신천옹이고, 신천옹이 이덕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