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주=역사평론가] 兒曹出千言(아조출천언)하되 君聽常不厭(군청상불염)하고 父母一開口(부모일개구)하면 便道多閑管(변도다한관)이라 非閑管親掛牽(비한관친괘견)이니 皓首白頭多諳練(호수백두다암련)이라 勸君敬奉老人言(권군경봉로인언)하고 莫敎乳口爭長短(막교유구쟁장단)하라.
(어린 자식이 천 마디 말을 해도 그대는 항상 싫증내지 않고 듣건만 부모님이 입을 열어 한 마디 말이라도 하면 한가로워서 참견이나 한다고 핀잔주네. 한가로워서 참견한 것이 아니라 부모님은 걱정되어 그렇게 말씀하신 거네. 머리가 하얗게 되도록 긴 세월 동안 많은 이치를 깨달아 알고 있다네. 그대에게 권하니 노인들의 말씀을 공경하여 받들고 젖비린내 나는 입으로 길고 짧음을 다툰다고 가르치지 말라.)
제20강 ‘부행(婦行)’ 편에서 살펴봤던 ‘여사서(女四書)’ 중 당나라 송약소가 저술한 『여논어』의 제5장은 부모님을 섬긴다는 뜻의 ‘사부모장(事父母章)’이다.
여기에서 송약소는 부모님을 잘 섬기는 일 중 하나로 자식이 어떻게 ‘부모님의 말씀’을 받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부모님의 말씀은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안 된다. 부모님의 말씀을 지켜서 따를 때에는 억지로 하는 척해서는 안 된다. 만약 부모님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면 두 번 세 번 다시 여쭈어야 한다.”
이와는 반대로 부모님의 말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거스르거나 부모님이 겨우 한 마디 말을 했는데도 기운을 높이 드러내고 반항하듯 대꾸한다면 그것은 부모님을 공경하지 않는 불효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송약소는 이러한 자식은 사람의 자식이라기보다는 개나 돼지 또는 승냥이나 이리와 같은 놈일 뿐이라며 크게 꾸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