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주=역사평론가] 履霜(이상)하면 堅氷至(견빙지)니라 臣弑其君(신시기군)하며 子弑其父(자시기부)는 非一旦一夕之事也(비일단일석지사야)라 其由來者漸矣(기유래자점의)니라.
(서리를 밟으면 단단한 얼음이 되는데 이른다. 신하가 임금을 죽이면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다. 이러한 일은 하루아침 하루 저녁에 일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가 오래전부터 점차 쌓여서 그렇게 된 것이다.)
이 문장은 『주역』 <곤괘문언전(坤卦文言傳)>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그러나 원문 그대로 인용하지 않고 엮은이의 의도에 따라 문장의 앞뒤를 바꾸어서 조합한 것다.
이 문장 역시 앞의 『주역』 <계사전 하>의 문장처럼 항상 ‘신중하고 경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주문으로 이해하면 된다.
원문의 내용에 따라 다시 문장을 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선(善)을 쌓는 집안은 반드시 후대에 경사스러움을 남기지만 악(惡)을 쌓는 집안은 반드시 후대에 재앙을 남긴다.
신하가 임금을 죽이면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다. 이러한 일은 하루아침 하루 저녁에 일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가 오래전부터 점차 쌓여서 그렇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은 바로잡을 것을 일찍 바로잡지 않은데서 일어난 것이다. 역(易)에서 ‘서리를 밟으면 단단한 얼음이 되는데 이른다’고 하였다. 대개 삼가고 조심하라고 말한 것이다.”
선(善)을 행하면 선(善)이 쌓이고 악(惡)을 행하면 악(惡)이 쌓이는데 대개 사람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특히 악행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재앙은 얇은 서리를 여러 차례 밟으면 단단한 얼음이 되는 것처럼 한 순간이나 단 시간에 일어나지 않다. 악행이 오랜 시간 쌓여서 재앙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악행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때 바로잡아야 한다. “바로잡을 것을 일찍 바로잡지 않은데서 일어난 것이다”는 말은 바로 이런 의미이다.
다시 말해 악행도 초기에 바로잡아서 더 이상 악행을 쌓지 않도록 조치한다면 그 악행이 쌓이고 쌓여서 마침내 찾아오고 마는 재앙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