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주=역사평론가] 家有賢妻(가유현처)면 夫不遭橫禍(부부조횡화)니라.
(집안에 현명한 아내가 있으면 남편이 뜻밖의 재앙을 당하지 않는다.)
또한 『가범』에는 『명심보감』의 구절처럼 남편이 당할 재앙을 미리 막았던 어질고 지혜로운 부인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전국시대 제나라의 현자(賢者)인 진중자(陳仲子)의 아내이다.
당시 초(楚)나라 왕은 진중자가 현명하다는 소리를 듣고 그를 초빙해 나라의 재상으로 삼으려고 했다. 이에 초나라 왕은 사신을 보내 진중자에게 황금 2000냥을 주고 재상으로 맞아들이게 했다. 초나라 왕의 제안을 받은 진중자는 아내에게 이렇게 물었다.
“초나라 왕이 나를 나라의 재상으로 삼겠다고 합니다. 재상이 되면 당장 내일부터 네 마리의 말이 끄는 화려한 수레를 타고 호위하는 기마병을 거느리고 위세당당하게 다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커다란 상에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먹으면서 살 수 있습니다. 부인의 뜻은 어떻습니까?”
그런데 진중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가 비록 신을 짜서 먹고 살지만 걱정 없이 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누구의 다스림도 받지 않기 때문이 아닙니까. 왼손에 거문고를 쥐고 오른손에 서책을 들고 있다면 그 가운데에 편안함과 즐거움이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수레가 화려하고 수많은 기마병의 호위를 받는다고 해도 그것은 다리와 무릎을 편안하게 하는데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커다란 상에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먹는다고 해도 배를 채우는 데는 한 점의 고기면 충분합니다.
고작 다리와 무릎을 편안하게 하고 한 점의 고기로 배를 채우기 위해 초나라의 근심을 모두 안고 살아야 하는 재상이 되는 것이 옳은 일이겠습니까? 어지러운 세상에는 해로움이 많은 법입니다. 나는 당신께서 초나라의 재상이 되면 제 명에 죽지 못할까봐 두려울 뿐입니다.”
진중자의 아내는 세상이 어지러울 때는 자리가 높은 만큼 위험도 높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즉 난세(亂世)에는 입신출세를 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면 누릴수록 바로 그 입신출세와 부귀영화로 말미암아 반드시 자신은 목숨을 잃고 집안은 몰락하는 재앙을 입게 된다는 뜻이다.
아내의 충고를 듣고 난 진중자는 초나라 왕의 제안은 복(福)이 아니라 화(禍)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고 재상의 자리를 사양하고 사신을 그냥 돌려보냈다. 그 후 먼 곳으로 몸을 피하고 백성들과 어울려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훗날 사람들은 남편에게 닥칠 재앙을 미리 알고 현명하게 대처한 진중자의 아내를 기려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一言坐却百金使
須信先生妻更賢
한 마디 말로 앉아서 수많은 황금을 가져온 사신을 물리쳤으니
진중자의 아내가 현명하다는 것을 더욱 믿을 만하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