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은 말소리가 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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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은 말소리가 작아야 한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20.01.0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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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20강 부행편(婦行篇)…덕행을 갖춘 여성이 되라⑤

[한정주=역사평론가] 太公曰(태공왈) 婦人之禮(부인지례)는 語必細(어필세)니라.

(태공이 말하였다. “부인의 예절은 말소리가 반드시 작아야 한다.”)

사서(四書)는 옛 선비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서책이었다. 사서가 『논어』, 『맹자』, 『대학』, 『중용』 등을 가리킨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혹시 여성과 부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사서(四書)’가 있었다는 말은 들어보았는가. 선비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사서에 빗대어 여성과 부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사서는 ‘여사서(女四書)’라고 불렀다.

앞서 살펴본 한나라 반소가 지은 『여계』와 더불어 당나라 송약소(宋若昭)가 지은 『여논어(女論語)』, 명나라 제3대 황제인 성조(成祖: 영락제)의 비 인효문황후(仁孝文皇后)가 저술한 『내훈(內訓)』, 명나라 왕절부(王節婦: 유씨부인)가 지은 『여범첩록(女範捷錄)』 등을 가리켜 ‘여사서’라고 한다.

이 중 『여논어』는 송약소가 유가의 경전 중 경전이요 선비의 필독서 중 필독서라고 할 수 있는 『논어』에 비유하여 책의 제목을 지었을 만큼 단호하고 엄숙한 훈계를 담아 여성과 부인들에게 전한 책이다.

특히 이 책에서 송약소는 여성과 부인은 ‘사덕(四德)’과 ‘구열(九烈)’과 ‘삼정(三貞)’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덕’은 앞서도 말한 ‘덕성, 용모, 말씨, 솜씨’이다. 또한 ‘구열’은 위로는 4대조인 고조(高祖)에게 영화롭고 아래로는 현손(玄孫)을 음덕으로 빛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삼정’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 시부모에게 효도하는 것, 남편을 공경하는 것 등 세 가지 일을 곧고 정성스러운 마음을 다해 행한다는 것이다.

『여논어』는 모두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여성과 부인이 지켜야 할 예절에 대해 밝히고 있는 제3장 <학례(學禮)> 편에 보면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태공의 말, 즉 말을 할 때 부인이 지켜야 할 예절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부인은 부드럽고 온화하게 말하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해야 한다.”

또한 『내훈』은 명나라 황후가 지은 훈계서인 만큼 위로는 황실 혹은 왕실의 여성에서부터 아래로는 일반 사대부 집안의 여성에 이르기까지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내훈』은 모두 2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제3장 ‘신언(愼言)’은 말을 삼가고 조심하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여기에서 인효문황후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부드러운 기운으로 말을 하면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 있던 마음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수다스럽고 사납게 말을 하면 맹렬한 불길이 언덕에 붙는 것처럼 모든 것을 태우고 만다.”

이렇게 보면 ‘말소리를 작게 하라는 것’은 속삭이듯이 말하거나 은밀하게 말하라는 뜻이 아니라 곧 말을 할 때는 부드럽고 온화하게 하라는 뜻이며 또한 수다스럽고 사납게 말해서는 안 된다는 뜻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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