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파악된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은 463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여기에 여성 임원을 한 명 이상 배출시킨 기업도 올해 100곳 중 74곳으로 작년과 재작년 유지하던 최고 기록도 갈아치웠다.
작년 대비 올해 100대 기업 전체 임원은 0.8% 소폭 증가한 것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여성 임원은 5.5%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처음 80명을 넘어섰고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CJ제일제당, 네이버, 현대차도 20명 이상 여성 임원을 다수 보유한 기업군에 이름을 올렸다.
또 올해 100대 기업에서 활약하는 여성 임원 중 198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 비중도 10%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2024년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 조사’ 결과에서 도출됐다고 11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상장사 매출액(별도 재무제표 기준) 상위 100곳 기준이고 여성 임원은 올해 반기보고서에 나온 임원 현황 자료를 참고해 조사가 이뤄졌다. 임원은 사내이사와 미등기임원을 모두 포함한 기준이고 사외이사는 조사에서 제외했다. 오너 일가도 조사에 포함했다. 단 반기보고서 제출 이후 임원 변동 사항에 대해서는 따로 반영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 올해 집계된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은 463명이었다. 작년 439명보다 24명(5.5%)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대비 올해 100대 기업 전체 임원이 0.8% 정도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여성 임원 증가 속도는 6배 이상 가팔랐다. 대기업에서 여성 임원을 발탁하는 움직임은 2024년 인사에서도 꾸준히 이어져온 셈이다.
100대 기업 여성 임원 숫자는 지난 2004년 당시만 해도 13명에 불과했다. 이후 2006년(22명), 2010년(51명), 2011년(76명)으로 증가하더니 지난 2013년에는 처음으로 여성 임원 100명 시대를 열었다. 2013년 당시 여성 임원 수는 114명이었다. 2014년에는 106명으로 상승 추세가 한풀 꺾이기도 했다. 이후 2015년(138명), 2016년(150명), 2018년(216명), 2019년(244명), 2020년(286명), 2021년(322명)으로 늘었다. 2022년에는 403명으로 400명대에 진입했고 작년에는 439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20명 이상 많아지며 460명대로 많아졌다.
1년 새 여성 임원 인원만 놓고 보면 증가세는 뚜렷했지만 전체 임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만 놓고 보면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6%대 수준을 보였다. 100대 기업 내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은 2019년 3.5%, 2020년 4.1%, 2021년 4.8%, 2022년 5.6%였다가 작년 6.3%로 처음으로 6%를 넘어섰다. 올해도 7404명이나 되는 전체 임원 중 여성은 6.3%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중이 10%를 넘어서려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상황이다.
유리천장 속에서도 여성 임원을 배출시키려는 기업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을 보유한 기업 숫자는 올해 74곳으로 작년과 재작년보다 2곳 많아지면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연도별 여성 임원 보유 기업 수는 2004년 10곳, 2006년 13곳, 2010년 21곳으로 조금씩 증가해 왔다. 이후 2011년 30곳, 2013년 33곳, 2015년 37곳, 2016년 40곳, 2018년 55곳, 2019년 56곳, 2020년 60곳, 2021년 65곳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그러다 2022년과 2023년에는 72곳으로 늘었고 올해는 74곳으로 1년 새 2곳 더 많아졌다.
올해 파악된 100대 기업 여성 임원을 산업군별로 살펴보면 IT 업종에서만 179명으로 38.7%나 차지했다. 100대 기업 여성 임원 10명 중 4명꼴로 삼성전자와 네이버 등 IT 관련 분야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파악된 100대 기업 여성 임원 463명 중 88.3%에 해당하는 409명은 1970년 이후 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60.7%), 2020년(65%), 2021년(72%), 2022년(81.4%), 2023년(85.2%)보다 더 높아진 비율이다.
올해 100대 기업 여성 임원을 출생년도별로 살펴보면 1970~1973년에 속하는 1970년대 초반 출생자가 155명(33.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974~1976년 사이 출생 임원은 120명(25.9%)으로 그 뒤를 이었고 1977~1979년 83명(17.9%) 순으로 많이 활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조사에서 특이한 점은 1970~1973년생 그룹군과 1974~1977년 사이 출생자 비중은 소폭 줄어든 반면 1977~1979년생과 1980년 이후 출생자 비중은 더 증가했다는 점이다. 특히 198년 이후 출생한 여성 임원은 11%로 올해 처음으로 1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970~1973년생은 2020년 40.6%로 40%대를 보였지만 이후 2021년 39.4%, 2022년 37%, 2023년 35.8%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33.5%까지 감소했다. 1974~1976년생은 2021년 19.9%, 2022년 25.3%, 2023년 26%로 증가해오다 올해 25.9%로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이와 달리 1977~1979년 출생자는 2021년 7.1%, 2022년 11.7%, 2023년 15.3%, 2024년 17.9%로 지속적으로 많아졌다. 작년 대비 올해는 2.9%포인트 높아졌다. 1980년 이후 태어난 여성 임원도 2021년 5.6%, 2022년 7.4%, 2023년 8.2%로 증가해오다 올해는 11%로 처음으로 10%벽을 넘어섰다. 1980년 이후 출생 여성 임원만 해도 올해 51명으로 50명을 넘어섰다.
단일 출생년도 중에서는 1973년생이 50명으로 최다 집계됐다. 1971년생(46명), 1975년생(45명)은 각각 40명 넘게 활약 중이다. 이어 1976년(39년), 1972년·1974생(각 36명), 1977년·1978년생(각 31명), 1970년(23명), 1979년(21명), 1980년(20명) 순으로 여성 임원이 20명 이상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100대 기업 중 여성 임원을 최다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로 확인됐다. 81명의 여성 임원이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72명보다 1년 새 여성 임원 책상이 9곳 많아지며 처음으로 80명대에 진입했다. CJ제일제당과 네이버는 26명으로 많았고 현대차도 20명으로 여성 임원을 20명 이상 다수 보유한 기업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아모레퍼시픽(16명), 롯데쇼핑·LG전자(각 14명), LG화학(12명), KT·미래에셋증권·삼성물산(각 11명), SK텔레콤(10명)는 여성 임원을 10명 이상 보유한 기업군에 합류했다.
여성 임원이 10명 이상 되는 기업 중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전체 임원 57명 중 여성 비율이 28.1%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25%보다 3.1%포인트 상승했다. 이어 CJ제일제당(23.4%), 네이버(19.7%), 롯데쇼핑(15.9%), KT(12.8%), LG화학(10.4%) 역시 올해 여성 임원 비중이 10%를 상회했다.
이번에 조사된 100대 기업 중 이사회 멤버로 활약 중인 사내이사는 10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에서도 대표이사 타이틀까지 갖고 있는 여성 임원은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최수연 네이버 사장 4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 여명희(LG유플러스), 이지연(아모레퍼시픽), 채선주(네이버), 김소영(CJ제일제당), 이선영(CJ ENM), 임상민(대상) 사내이사도 이사회에 참석하는 핵심 경영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와 관련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대기업에서 여성 인재를 중시하는 분위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2025년 임원 인사에서도 여성 임원을 적극 발탁하려는 현상은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성 임원을 적극적으로 발탁하는 배경에는 세계적 추세인 ESG경영과 맞물려 다양성(Diversity)을 강조하는 흐름과 함께 경영 과정에 대한 투명성과 특정 인맥 등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성 등으로 여성 인재가 위기 돌파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도 한몫 거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향후 인구문제와 맞물려 장기적으로 여성 인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절박감도 여성 임원을 적극 등용시키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