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부터 14년 연속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 자리를 지켜오던 삼성전자가 올해는 왕좌에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손실액은 10조원에 육박했다. 4분기 최소 16조원 이상 이익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15년 연속 영업이익 1위를 유지할 확률은 희박하다.
삼성전자의 왕관은 기아와 현대자동차 중 한 곳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1996~2022년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 변동 현황’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기준 영업이익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IMF외환위기가 찾아오기 이전인 지난 1996년에는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영업이익이 1조6267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당시 삼성전자는 1조4468억원으로 2위였고 이듬해인 1997년 1위로 등극했다. 이때 영업이익은 2조8562억원 수준이었다. 2위 SK 2조834억원보다 7000억원 이상 차이 나는 금액이었다.
1997년을 기점으로 2007년까지 삼성전자는 11년 연속 영업이익 최고 자리를 수성했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영업이익은 꾸준히 증가했다. 2000년 당시 올린 영업이익 금액만 해도 7조4351억원을 넘어섰다. 당시 영업이익은 2위 한전(3조2824억원)보다 두 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을 정도다.
2012년 삼성전자는 12조168억원으로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처음으로 열었다. 당시 2위였던 포스코홀딩스(구 포스코)의 5조537억원보다 7조원가량 더 많았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 연속 포스코홀딩스는 영업이익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포스코홀딩스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1위 독주를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2008년 포스코홀딩스가 기록한 영업이익은 6조5400억원으로, 삼성전자는 4조1340억원으로 2조원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하지만 다음해인 2009년 다시 삼성전자(7조3871억원)가 포스코홀딩스(3조1479억원)를 앞지르며 왕관을 재탈환했다. 2009년을 기점으로 삼성전자는 2022년까지 14년 연속으로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지난 2013년에는 21조8070억원으로 처음으로 영업이익 20조원을 돌파했다.
이때 영업이익 2위 현대차는 4조원에도 못 미치는 이익을 낼 정도로 삼성전자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2017년에는 34조8570억원으로 30조원을 처음 넘어섰다. 다음해인 2018년에는 43조6994억원으로 40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저력도 발휘했다. 이후 2020년(20조5189억원), 2021년(31조9931억원), 2022년(25조3193억원)에도 각각 20조~30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1위를 굳건히 지켜왔다.
그러나 2023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1위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4분기 4200억원 정도 영업손실을 본 것을 시작으로 올 1분기 3조9087억원 수준으로 영업손실을 보더니 2분기와 3분기에도 각각 3조6981억원, 2조1679억원이나 영업적자의 쓴잔을 마셨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간 누적된 영업적자만 해도 9조7748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1996년 이후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초라하면서도 저조한 성적표다. 3분기까지 영업손익만 놓고 보면 국내 상장사 중 최하위권에 해당될 정도로 수직낙하했다.
아직 4분기가 남아있어 반전을 기대해볼 만한 여지도 있지만 3분기까지 상황을 살펴볼 때 영업이익 1위 자리를 수성할 가능성은 다소 희박해진 상태다.
삼성전자는 2009~2022년 14년 동안 한해 전체 영업이익 중 4분기에 올린 이익 비중은 평균 24% 정도였다. 4분기에 기록한 평균 영업이익도 4조6000억원 수준으로 1조~5조원대를 기록한 때가 많았다. 4분기 영업이익 10조원 돌파는 지난 2017년 한 번뿐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11조2594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 바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올해 영업이익 1위를 유지하려면 4분기에만 최소 16조원 이상을 올려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계산의 근거는 국내 상장사 중 기아가 4조9646억원으로 최상급 수준의 영업이익을 3분기에 보였기 때문이다.
1~3분기 기아와 삼성전자의 영업손익 격차는 14조7394억원으로 15조원 가까이 차이났다. 4분기 기아가 영업이익을 1조~2조원 정도 더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로서는 18조~20조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남은 4분기에 올려야만 1위 자리를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다.
현재로서는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내주는 것보다 영업손실의 불명예 딱지를 떼어낼 수 있는지 여부에 더 관심이 쏠린다. 영업적자라도 피하려면 올 4분기에만 최소 10조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기록해야 하는데 이조차 달성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기아에 이어 현대차의 3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4조3737억원이었다. 3분기까지 영업이익 성적표만 보면 기아가 올해 영업이익 1위 후보로 유력한 가운데 현대차가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양상이다. 물론 다른 기업 중에서도 영업이익 1위가 나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다행히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 3조7422억원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조원 이상 줄어든 금액이다. 연결 기준으로 따져봐도 영업이익 1위 자리는 다소 어려워졌다.
국내 상장사 중 올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위는 현재로서는 현대차가 다소 유력한 모양새다. 현대차의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11조6524억원으로 삼성전자보다 3배 이상 많다. 현대차 다음으로는 기아(9조1421억원)가 9조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업황에 의한 단기적인 경영 부진은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신제품과 신사업 등을 적극 발굴하고 육성해 올해와 같은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년에는 삼성전자의 조직문화 등도 전반적으로 시대의 흐름에 맞게 빠르게 개선하는 등 전면적인 분위기 전환과 쇄신, 위기 대응 능력 등을 좀 더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