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희망도 없고 삶의 절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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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희망도 없고 삶의 절망도 없다”
  • 한정주 고전연구가
  • 승인 2022.08.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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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인생수업]⑥ 루쉰 『아Q정전』…모든 乙들의 절망 ‘정신승리’Ⅳ

[한정주=고전연구가] 그럼 절망을 대하는 우리의 방법은 아Q의 방법과 다를까. 절망을 마주할 때마다 절망의 현실과 진실을 망각하고 외면한 채 ‘정신승리’로 도망치는 아Q의 모습은 우리 사회 모든 을(乙)들의 자화상은 아닐까.

‘정신승리’ 이외에는 고통과 절망과 패배뿐인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어떤 탈출구도 찾을 수 없는 을들의 절망. 『아Q정전』을 읽으면 우리 사회 모든 을들의 절망과 절규가 오버랩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을들의 ‘절망’은 이렇듯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일상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온통 절망뿐인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루쉰이 말하는 정신승리의 함정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루쉰은 무엇보다 먼저 “절망에 절망하라”고 말한다. 자신의 삶을 둘러싼 절망의 고통을 직시하라는 얘기이다. 절망에 절망할 때만 비로소 자신을 둘러싼 절망의 현실과 자신이 외면한 절망의 진실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루쉰이 세상 모든 을들에게 전하는 ‘절망에 반항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절망에 절망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절망을 넘어설 수 있다. 그때야 우리는 절망을 똑바로 쳐다보고 깊게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절망을 똑바로 쳐다보고 깊게 들여다볼 때만 우리는 절망의 현실과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 그럼 절망의 현실과 진실은 무엇인가. 루쉰은 말합니다.

“절망이 허망한 것은 희망이 그러한 것과 같다.” (루쉰, 『들풀』, 「희망」)

만약 절망이 허망한 것처럼 희망도 허망한 것이라면 희망이 실체가 없는 것처럼 절망도 실체가 없게 된다. 희망도 없고 절망도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희망도 없고 절망도 없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희망이란 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땅 위의 길과 같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 『고향』)

“희망이라는 착각과 환상을 품지 말라. 절망에 포기하거나 좌절하지도 말라. 그리고 자신의 길을 만들어나가라.”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나가는 바로 그때가 우리가 ‘정신승리’라는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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