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가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오랜 세월이 지나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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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을 가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오랜 세월이 지나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12.12 0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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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9강 교우편(交友篇)…친구를 잘 사귀어라⑧

[한정주=역사평론가] 路遙知馬力(노요지마력)이요 日久見人心(일구견인심)이니라.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세월이 오래 지나야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다.)

원나라 때 크게 성행한 저자 미상의 희극 『쟁보은(爭報恩)』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나온다. “路遙知馬力(노요지마력) 질풍지경초(疾風知勁草)”,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세찬 바람이 불어야 풀의 억셈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먼 길을 가 봐야 비로소 그 말이 진짜 힘이 센 말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 있고 세찬 바람이 불어야 비로소 그 풀이 억센 풀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은 역경이 닥쳤을 때에야 비로소 진짜 의리가 있는 사람인지 그렇지 않은 사람인지를 알아볼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의 마음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 사람이 이익을 탐하는 마음으로 나와 사귄 사람인지 아니면 아무런 욕심 없이 진실한 마음으로 나와 사귄 사람인지는 내가 권세가 있고 부유할 때는 절대 알 수가 없다.

내가 권세를 잃고 가난해졌을 때야 비로소 그 사람이 이익을 탐하는 마음으로 나와 함께 한 사람인지 아니면 아무런 욕심 없이 진실한 마음으로 나와 함께 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반대로 내가 권세가 없고 가난했을 때 사귄 사람 역시 내가 권세를 얻고 부유해졌을 때 어떻게 행동하고 처신하는가를 봐야 비로소 그 사람이 이익을 탐해 나와 사귄 사람인지 아니면 아무런 욕심 없이 진실한 마음으로 나와 사귄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내가 권세가 없고 가난했을 때 아무런 욕심 없이 진실한 마음으로 사귄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권세를 얻고 부유해졌을 때 달콤한 말로 아부와 아첨을 늘어놓는다면 그 사람은 이익을 탐하는 마음으로 나와 사귐을 유지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내가 권세가 없고 가난했을 때나 권세를 얻고 부유해졌을 때나 변함없이 아무런 욕심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대한다면 그 사람은 진실한 마음으로 나와 사귐을 유지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자상호의 말에 비유하자면 앞의 사귐은 ‘소인의 사귐’이고 뒤의 사귐은 ‘군자의 사귐’이라고 하겠다.

이렇듯 좋을 때와 나쁠 때를 모두 겪어봐야 그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있다면 짧은 시간의 사귐으로 그 마음을 안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명심보감』의 엮은이는 오랜 세월 사귀어야 그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훈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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