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마시는 술은 천 잔도 적지만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은 한 마디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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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마시는 술은 천 잔도 적지만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은 한 마디도 많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11.11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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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8강 언어편(言語篇)…말을 조심하라⑦
공자의 제자 남용(南容). 공자는 말을 두려워하고 또한 신중하게 말을 하는 남용의 인격과 인품을 높이 사 자신의 조카사위로 삼았다.
공자의 제자 남용(南容). 공자는 말을 두려워하고 또한 신중하게 말을 하는 남용의 인격과 인품을 높이 사 자신의 조카사위로 삼았다.

[한정주=역사평론가] 酒逢知己千鍾少(주봉지기천종소)요 話不投機一句多(화불투기일구다)니라.

(친구를 만나 마시는 술은 천 잔도 적고,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은 한 마디도 많다.)

『시경』 <대아(大雅)>에는 ‘억(抑)’이라는 제목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시는 위(衛)나라의 무공(武公)이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특히 무공은 자신의 곁에 사람을 두고 날마다 이 시를 외우도록 했다고 한다. 항상 자신이 교만하고 방자해지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경계하기 위해서였다.

시는 모두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5장과 6장은 특별히 말을 경계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愼爾出話(신이출화) 敬爾威儀(경이위의) 無不柔嘉(무불유가) 白圭之玷(백규지점) 尙可磨也(상가마야) 斯言之玷(사언지점) 不可爲也(불가위야)

네 말을 할 때 신중하고 / 네 위엄과 예의를 공경하여 / 부드럽고 아름답지 않음이 없어야 할 것이다 / 흰 구슬의 반점은 오히려 갈아 없앨 수 있지만 / 말로 인한 잘못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네.

無易由言(무이유언) 無曰苟矣(무왈구의) 莫捫朕舌(막문짐설) 言不可逝矣(언불가서의) 無言不讐(무언불수) 無德不報(무덕불보)

쉽게 말을 해서는 안 되고 / 함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 네 혀를 잡아주는 사람 아무도 없으며 / 내뱉은 말은 뒤쫓아 잡을 수 없다네 / 말은 반드시 대답이 있고 / 덕은 반드시 보답이 있네.

『논어』 <선진> 편에 보면 공자가 ‘백규(白圭)’를 날마다 3번씩 반복해서 외우는 제자 남용(南容)의 행동을 보고 형의 딸을 아내로 삼게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때 남용이 하루에 3번씩 되풀이해 외웠다는 ‘백규’가 다름 아니라 - 필자가 바로 위에서 언급했던 - 『시경』 <대아> ‘억(抑)’의 5장에 나오는 “白圭之玷(백규지점) 尙可磨也(상가마야) 斯言之玷(사언지점) 不可爲也(불가위야)”라는 구절이다.

남용은 말을 할 때는 두려워하고 거듭 신중하게 생각해 말을 한다는 좌우명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공자는 말을 두려워하고 또한 신중하게 말을 하는 남용의 인격과 인품을 높이 사 자신의 조카사위로 삼았던 것이다.

공자가 얼마나 ‘말을 두려워하고 삼가며 조심하고 신중하며 경계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여겼는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하겠다.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話不投機一句多(화불투기일구다)”, 즉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은 한 마디도 많다”는 것은 이렇듯 말을 할 때는 절대로 쉽게 하거나 함부로 해서는 안 되며 비록 한 마디 말이라고 해도 반드시 두려워하고 조심하고 신중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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