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가 기다란 앞발을 들고 수레바퀴를 가로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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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가 기다란 앞발을 들고 수레바퀴를 가로막는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5.0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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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㉔

 [명심보감 인문학] 제12강 성심편(省心篇) 하(下)…마음을 살펴라㉔

[한정주=역사평론가] 易曰(역왈) 德微而位尊(덕미이위존)하고 智小而謀大(지소이모대)면 無禍者鮮矣(무화자선의)니라.

(『주역』에서 말하였다. “덕은 보잘 것 없는데 지위가 높거나 지혜는 작은데 큰일을 도모하면 재앙을 입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이 구절은 『주역』 <계사전 하(繫辭傳 下)>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여기에서 공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덕은 보잘 것 없는데 지위가 높거나 지혜는 작은데 큰일을 도모하고 능력은 작은데 무거운 임무를 맡으면 거의 미치지 못할 것이다. 『주역』에서 말하기를 ‘솥발이 부러져서 공(公)의 음식이 엎질러졌다. 그 형벌이 무거우니 흉하다’라고 하였다. 이 말은 그 임무를 다하지 못함을 언급한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그릇이나 역량에 비해 지나치게 과욕을 부리면 성공해 복을 받기보다는 실패해 재앙을 입기 쉽다는 것이다. 앞서 『명심보감』에서 자주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분수에 맞게 살라’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분수’란 신분과 지위로 해석하기보다는 그릇과 역량으로 해석해야 한다. 즉 여기 공자의 말은 자신의 신분이나 지위에 맞게 행동하라는 뜻이 아니라 자신의 그릇과 역량에 맞게 행동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신분과 지위가 높아도 자신의 그릇과 역량이 보잘 것 없을 경우 큰일을 도모하고 무거운 임무를 맡으면 재앙을 입기 쉽다는 얘기 역시 역으로 뒤집어보면 비록 신분과 지위가 낮아도 자신의 그릇과 역량이 뛰어나면 큰일을 도모하고 무거운 임무를 맡아도 복을 받기 쉽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여기 『주역』에 나오는 공자의 말과 관련지어 떠올릴 수 있는 고사성어가 있다면 ‘당랑거철(螳螂拒轍)’이 아닐까 싶다. ‘당랑거철’은 사마귀가 기다란 앞발을 들고 수레바퀴를 가로막는다는 뜻인데 자기 분수를 모르고 함부로 날뛰는 경우를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당랑거철’은 『회남자』 <인간> 편에도 나오고 또한 『장자』 <천지(天地)> 편에도 나온다. 특히 『장자』 <천지> 편에서는 『명심보감』의 엮은이가 인용하고 있는 공자의 말과 마치 판박이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장려면(將閭葂)이라는 사람이 자신에게 가르침을 청한 노나라 임금에게 “공손함과 검소함을 지키고 공정하고 충성하는 사람들을 발탁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나라를 다스린다면 어떤 백성이 따르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고 한다.

그 후 장려면은 자신이 노나라 임금에게 제대로 가르침을 준 것인지 궁금해 현자(賢者)인 계철(季徹)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장려면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계철은 한바탕 크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대의 말은 마치 사마귀가 앞발을 들고 굴러가는 수레바퀴를 막아보려는 것과 다름이 없네. 그게 가능하겠는가. 아마도 그대의 가르침을 노나라 임금은 감당하지 못할 것이네. 스스로 위험과 재앙을 불러들이는 짓일 뿐이지.”

굴러가는 수레바퀴를 가로막은 사마귀는 어떻게 되겠는가. 죽음 밖에 달리 얻을 것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계철은 노나라 임금의 분수, 곧 그릇과 역량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일을 가르친 장려면의 어리석음을 질타한 것이다.

감당할 만한 그릇과 역량이 없는 사람에게 감당하지 못할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은 마치 굴러가는 수레바퀴를 막아보려고 뛰어드는 사마귀처럼 위험과 재앙을 자초하는 꼴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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