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7·아모레퍼시픽 헤라의 브랜드마케팅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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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K7·아모레퍼시픽 헤라의 브랜드마케팅 비밀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4.07.17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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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훔치는 사람들』, “소비자의 숨겨진 욕망을 파고들다”
 

“한가로운 오후의 점심시간, 당신은 쇼핑몰 식당가를 지나간다. 오른쪽 스크린에서 당신에게 추천할 만한 음식을 소개하는 광고가 뜬다. 또 당신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쿠폰까지 제공한다. 왼쪽 스크린에서는 휴가철을 맞이해 당신이 평소에 가고 싶었던 휴양지의 풍경을 보여주며 특별가의 항공권을 소개한다. 맞은편 스크린은 당신이 좋아하는 의류 브랜드의 세일을 안내해주고, 당신이 고른 옷은 망막 인식을 통해 요금이 지불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쇼핑몰을 지나가는 톰 크루즈의 취향을 고려한 맞춤식 광고판이 등장한다. 마치 누군가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듯 섬뜩해진다.

타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내 소비 취향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과거의 광고 마케팅은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이나 선호도를 직접 밝히는 설문조사 기법을 사용했고 창의성이 중요시됐다. 그러나 오늘날 광고 마케팅은 소비자의 잠재의식 속에 내재된 욕구를 파악하는 데에 이르렀다.

앞으로는 소비자의 무의식을 적극적으로 조작하는 광고가 등장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최근 신경과학과 뇌 영상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뇌 활동을 직접 측정해 소비자의 숨겨진 욕망을 읽고 마케팅 효과를 증진시키겠다는 것이다.

기아자동차, 아모레퍼시픽,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등은 최근 몇 년 사이 소비자의 뇌 연구를 활용한 기법을 마케팅에 적용해 성공을 거둔 기업들이다.

기아자동차는 신차 K7의 네이밍을 한국과학기술원 정재승 교수팀에게 의뢰했다.

정 교수팀은 1년 넘게 단어 영상, 시선 추적 등 국내외 200여명 소비자들의 뇌 반응을 분석한 끝에 가장 많이 선택한 단어와 화면에서 가장 많이 응시한 단어들로 K, T, N, Y, Z를 뽑아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K와 행운을 의미하는 숫자 7을 조합해 K7이라는 이름을 얻어냈다.

아모레퍼시픽의 헤라 브랜드도 뇌 과학 기술을 응용해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인 색조화장 시장 진출을 앞둔 상태에서 뉴로마케팅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해외 명품 브랜드는 고객들을 설레게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친근한 이미지로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색조화장품 사업을 확대해나가기로 결정하고 매장에도 명품브랜드의 화려함이 아닌 국내 기업으로서의 친근함을 내세운 변화를 통해 소비자들이 무의식중에 ‘헤라’라는 신규 브랜드에 친숙해지게 만들어 브랜드 론칭에 성공했다.

11번가 역시 한국과학기술원 정재승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여성은 디자인과 시각적 요소에, 남성은 가격이나 상품 정보에 집중한다는 결론을 얻어 쇼핑몰의 사이트 메뉴와 상품 배치 등을 새롭게 구성했다.

국내에서 뉴로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는 사례는 다양하다. 거리에 광고판이나 대형TV를 설치해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추적하고 광고물을 얼마나 보는지, 광고가 얼마나 시선을 끄는지, 어느 부분을 눈여겨보는지 등을 측정해 마케팅에 적용하고 있다.

심지어 마개 뚜껑의 색깔, 치약 구멍의 크기, 제품 포장의 글씨체 등 기업이 판매하는 것에는 어느 하나도 치밀한 과학적 분석을 거치지 않고 결정되는 것이 없다.

치약 구멍을 1밀리미터 넓히는 것으로 소비자들은 더 빨리 치약을 소비하게 되었고, 제조사의 수익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아이들이 목욕할 때 갖고 노는 플라스틱 오리 장난감의 물 빼는 구멍에 씌운 뚜껑의 색을 자주색에서 청색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색을 수정해 시장에 내놓자 판매량은 30퍼센트 넘게 증가했다.

읽기 어려운 서체보다 읽기 쉬운 서체로 포장된 상품은 소비자의 정보처리 속도를 높여 더 잘 팔린다.

이처럼 연구실을 벗어나 우리 가까이에 있는 매장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뇌 과학은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들은 뇌 과학을 이용해 소비자들이 언제 어떻게 물건을 구매하는지 분석하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구매를 하도록 부추기는 숨은 촉매제를 밝혀내려고 애쓰고 있다.

신간 『뇌를 훔치는 사람들』(청림출판)의 저자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는 30여년간 인간의 뇌의 취약성과 뇌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방법들을 연구해 왔다.

그는 우리가 접하는 광고와 마케팅 뒤에 숨은 의도의 이면을 밝혀낸다.

우리는 정신과 신체가 동일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심한 치통을 느낄 때, 일에 집중하려 할 때,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느끼면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이러한 사실을 좀 더 분명하게 깨닫는다.

생각은 다양한 방법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정신적 문제가 신체적 통증으로 나나타면 우리는 자신을 방치하거나 스스로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한다.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덜 먹거나 면역체계가 약해지거나 감염에 취약하게 된다. 소비도 마찬가지다.

사고는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아주 사소한 신체적 움직임도 우리의 사고와 감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체화된 뇌를 고려해 판매 전략을 짜면 소비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뇌가 선호하는 브랜드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루이스 박사는 ‘구매가 쉬워야 한다’, ‘제품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필요성을 자극해야 한다’ 등 뇌의 정보처리 능력을 활용해 판매 전략을 짜는 방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시계방향 움직임을 선호하기 때문에 매장 입구에 들어선 사람들은 대부분 먼저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매장 디스플레이 담당자라면 오른쪽 판매대를 허투루 지나치면 안 된다.

아마존이 세계에서 가장 큰 유통업계가 된 것에는 ‘원클릭’이라는 결제 시스템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구매의 용이성이 뇌의 수월성과 연결돼 기업 매출의 극대화를 이룬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이 불러오는 편의 속에 숨어 있는 인권 침해의 부작용과 이를 악용하는 기업과 정부의 도덕적 심각성과 폐해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얻은 방대한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각 소비자의 취향과 특성을 파악하고 소비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효과적인 마케팅 활동이라는 주장과 함께 개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소비자의 무의식까지 조종하는 기업의 무자비한 이윤 추구 행위에 대한 비난이 그것이다.

때문에 루이스 박사는 소비자들이 이러한 설득기법들에 무자비하게 노출되거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어떻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지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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