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 안전운영 교훈, 비판 그리고 과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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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 안전운영 교훈, 비판 그리고 과제(상)
  •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13.12.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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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원전산업의 구조개편과 안전관리

 
한국의 원자력 정책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모범이 되었던 프랑스의 역사를 검토함으로써 시사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원자력이라는 에너지를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추진해 온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다른 선진국의 원전 비중이 30% 이내인데 반해 원전 비중 80%라는 수치는 프랑스를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원자력 공화국으로 규정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도 이명박 정부 시절에 수립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원전 비중을 60%로 높여 프랑스 방식의 원자력 의존적인 경제성장을 추구하려 했다. 그렇지만 정작 프랑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2년의 정권교체를 통해 과도한 원자력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는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공급체계를 구축해 왔다.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군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발전사업도 활발히 전개해 대표적인 원전대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58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보유한 국가이기에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하면서 안전성에 대한 불안은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에도 프랑스는 강력한 중앙 집중적인 통치권을 바탕으로 친원자력 정책을 후쿠시마 사고 이후로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2012년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녹색당은 독일처럼 탈핵을 선언해야 한다며 원자력 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녹색당과의 협력이 필요했던 사회당은 원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했지만 즉각적인 탈핵이나 핵산업 폐기에 있어서는 의견차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현직 대통령인 사르코지가 소속된 우파 정당은 기존의 친원자력 정책을 고수하면서 정치적인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두 차례의 결선투표를 통해 사회당의 프랑수와 올랑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현행 78%의 원전 비중을 2025년까지 50%로 줄인다는 공약이 이행될 수 있게 되었다. 2013년 현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국민대토론이 1000여 차례 개최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프랑스 정부는 2013년 10월까지 <에너지전환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한편 유럽연합으로의 통합이 시작된 2000년 이후부터는 전력시장의 개방이라는 국제상황의 변화로 인해 프랑스 전력산업의 구조개편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1차적으로는 국영기업이었던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되었으며, 가스공사와의 실질적인 분리작업이 진행되었다. 특히 송배전망의 개방과 소비자에 대한 선택권 부여로 인한 경쟁체제에 직면한 전력공사는 외주비중을 늘림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의 전략을 채택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원전 유지·정비 작업의 대부분이 하청업체에게 맡겨지면서 외주 비중이 20%에서 80%로 상승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구조 개편과 외주 확대로 인해 프랑스 원전의 안전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말았다. 이 같은 외주화로 인한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공사와 하청업체는 1997년 진보헌장을 체결했으며, 매년 관련 보고서를 발간해 오고 있다.

▲ 프랑스 원자력 발전소 위치
가장 최근인 2013년 1월에는 정부와 업계가 ‘원전 관련 사회적 계약’을 체결하기로 선언하는 성과도 얻을 수 있었다. 이 같은 프랑스 원자력 정책의 역사와 최근의 변화에 대한 검토를 토대로 한국 사회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함의가 제시될 수 있다.

첫째, 한국 정부는 신성장 동력으로서 원전의 수출산업화 전략을 폐기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 의해 한전과 한수원이라는 공기업을 중심으로 추진해왔던 수출 전략을 제고해야만 한다.

프랑스의 경우 EDF와 AREVA라는 공기업을 이용해 전력 시장이 개방된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진출해서 수익을 얻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처럼 다국적 기업으로 전락한 프랑스의 전력산업은 자국민의 안전과 혜택을 위해 설립·운영되어야 한다는 공기업의 취지에 반하는 조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국에서도 2009년 12월 UAE로의 원전 수출 덕분에 한국수력원자력의 숙련된 노동자들이 외국에 파견됨으로써 국내 원전의 안전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내 원전의 안전 강화와 공기업 고유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출 산업화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둘째, 원자력과 관련해서는 경제성이 아닌 안전성을 최우선에 두고 원전을 관리해야 한다. 경제성과 안전성은 상충되는 목표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각종 기술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며, 이는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례에서 살펴본 것처럼 지난 20년간 유럽이라는 개방된 전력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하청업체의 비중을 늘리면서 안전성이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IAEA가 달성 가능한 최고의 안전관리를 원전 운영의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듯이 한국 정부는 유럽연합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셋째, 원자력의 공공성과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하청업체의 비중을 최소화해야 한다. 프랑스는 하청업체 비중을 높임으로 인해 비용의 절감뿐만 아니라 안전성의 약화라는 부작용을 함께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게도 박근혜 정부의 에너지정책에서도 ‘민간참여의 확대’라는 개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확정, 발표되기 전까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처럼 민간참여의 확대가 현 정부의 정책기조로 자리 잡을 경우 한수원이 독점하는 원자력 발전에서는 하청업체의 비중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 정부는 프랑스 사례를 교훈 삼아 민간참여의 확대를 중단해야만 한다. 원자력이라는 위험은 위조부품 사태를 일으키는 민간업체가 아닌 정부가 책임을 지고 관리해야지 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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