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원인…“인(因)으로 생겼으나 올바른 인(因)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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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원인…“인(因)으로 생겼으나 올바른 인(因)은 아니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7.1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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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32)

[한정주 역사평론가] 밤 꿈에 수천 군사가 왁자지껄하고 포성 소리가 요란하며 횃불이 환하게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홀연히 기지개를 켜며 깨니 베갯가의 등잔에 기름이 말라 불꽃이 가물거리며 깜박깜박하고 또 폭폭 하는 소리가 났다.

슬프다. 이 작은 광경이 내 꿈속에 들어와 큰 진(陣)을 펼치고 어울려 싸우기를 마지않았으니 조화의 힘이 극히 교묘하다 하겠다.

대저 꿈이라는 것은 생각과 원인으로 생기는데, 이 꿈은 인(因)으로 생겼으나 올바른 인(因)은 아니다.

그러나 등잔을 혹 두어 걸음 되는 곳에 두었더라면 이런 꿈이 없었을 것이다. 너무 머리맡에 가까웠기 때문에 신(神)과 같이 논 것이다.

余夜夢千軍鼓噪 炮聲撩亂 炬火赫赫而四匝 忽欠伸而覺 則枕邊燈膏枯盡 火焰兀兀 明且暗 又爆爆有聲 噫 此一小光景 入我夢中 鋪張大陣 酣戰不已 造化之權極幻弄也 夫夢 想也因也 此夢類因而非正因也 然燈或置數步地 則無此矣 以其直近頭邊 故神與遊之也. 『이목구심서 1』

사람의 평소 생각이 꿈에 나타난다고 하지만 사실 자신조차 그 원인과 까닭을 알 수 없는 꿈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꿈이 많은 사람이다. 낮잠만 자도 꿈을 꾼다. 내 생각과 마음에 뿌리를 두고 있는 꿈도 많지만 밑도 끝도 헤아릴 수 없는 아리송한 꿈도 있다. 심지어 내게는 도저히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일들이 꿈에 나타나기도 한다. 비록

나는 전생(前生)을 믿지 않지만, 그렇듯 내 생각과 마음 혹은 나의 삶에 없었던 것이 꿈에 나타나면 혹시 뇌 속에 전생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꿈에 지나치게 집착해 미혹(迷惑)되는 사람은 진실로 어둡고 한심하고 어리석은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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