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한양사람들은 모임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고 모임을 하게 된 배경이나 소회를 시나 서문으로 써 일상의 추억을 남겼다. 주최자와 참석자들의 관직·이름을 적는 것(좌목·座目)도 빠트리지 않고 챙겼다.
서울역사박물관은 한양사람들의 친목모임을 그린 조선판 SNS ‘계회도(契會圖)’ 4점을 새롭게 선보인다고 24일 밝혔다.
마치 옆에서 들여다본 것처럼 한양사람들의 친목모임을 생생하고 세밀하게 그리고 쓴 작품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조선 시대의 서울 한양의 생활상을 전시한 상설전시실 1존의 전시 시나리오와 유물을 보완해 새단장했다. 진열장도 전면교체해 유물보존의 안전성을 강화했다.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조명, 패널 교체 등 전시환경도 개선했다.
계회도 4점과 함께 19세기 경희궁을 그린 ‘경희궁도(慶熙宮圖)’, 평양감사의 행렬을 담은 ‘기성도병(箕城圖屛)’도 상설전시로 새롭게 선보인다.
공개되는 계회도 4점은 ‘투호아집도’, ‘경자관반계첩’, ‘탑동연첩’, ‘통례원계회도’다. 18세기 문인 김두열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장면을 그린 ‘투호아집도’,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사신을 영접하는 관원들의 모습을 그린 ‘경자관반계첩’, 자줏골(현 창신동)에서 열린 영안부원군 김조순이 후원한 무관들의 잔치를 담은 ‘탑동연첩’, 한강변 잠두봉(현 절두산)에 모인 관원들의 모임을 그린 ‘통례원계회도’를 선보인다.
‘투호아집도(投壺雅集圖)’는 18세기 후반 한양 서쪽 자락 아래에서 김두열과 친구 6명이 술을 마시며 시를 짓고 투호를 즐기며 친목을 다진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쓴 13편의 시도 담고 있어 조선후기 한양에 살았던 양반들의 교류상을 잘 보여준다.
‘경자관반계첩(庚子館伴契帖)’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파견된 명 사신의 영접을 담당했던 경리도감(經理都監) 관원들의 모임을 기념한 그림이다. 영은문(지금의 독립문 일대)과 연향대(宴享臺) 위에 장막을 설치하는 등 영접을 준비하는 도감관원들의 모습을 그리고 관원들의 명단을 기록해 첩으로 만들었다.
경리도감은 정유재란 당시 명나라 군대를 지휘하기 위해 파견된 명나라 사신을 위한 의전과 응대를 위해 임시 설치됐다가 전쟁이 수습된 후 1600년(庚子年) 종료됐다.
‘탑동연첩(塔洞宴帖)’은 1803년 무관 관원들이 자줏골(현 창신동)에서 영안부원군 김조순(金祖淳: 1765-1832년)의 후원으로 잔치를 연 장면을 그림과 글로 남긴 것이다.
무관들이 술병을 가운데에 두고 한가롭게 앉아 연회하는 장면을 그렸다. 근처에는 우거진 수풀이 있고 멀리에는 백탑(현 탑골공원내 원각사지 10층석탑)을 비롯해 두 개의 전각이 있으며 그 뒤로 먼 산이 보이고 지는 저녁 해가 걸려 있다.
‘통례원계회도(通禮院契會圖)’는 1586년 한강변 잠두봉(현 절두산)에서 통례원의 관원들이 계회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통례원은 조선 시대 국가의 의례를 관장하던 관청이었다. 모임 참석자인 ‘이정회’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식사 후 한강으로 가서 여러 동료 관원들과 함께 배를 타고 종일 물 위를 노닐었다고 한다.
19세기 전반 궁중 화원화가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경희궁도(慶熙宮圖)’는 정확한 투시와 일관성 있는 공간구획 등 건물 묘사 방법이 국보 제249호로 지정된 ‘동궐도(東闕圖)’와 유사한 그림이다. 경희궁을 그린 ‘서궐도안(西闕圖案)’(보물 제1534호)이 밑그림 형태로 남아있는 반면 이 그림은 채색이 되어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76호인 ‘기성도병(箕城圖屛)’은 상설전시실 1존 내에 작은 전시실을 새로 마련해 전시했다. 19세기 평양성 일대의 풍경과 평양감사의 행렬을 담은 그림으로 평양성 안팎의 경관을 수려하게 그렸을 뿐 아니라 대동강에서 뱃놀이하는 장면도 그려 이목을 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사전예약관람제로 운영하고 있다. 관람예약은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예약(yeyak.seoul.go.kr)에서 할 수 있으며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이며 하루 3회, 회당 2시간 관람할 수 있다. 마스크 착용, 입장 전 발열체크, 참석명부 작성 등 방역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배현숙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상설전시실 개편을 통해 조선 시대의 서울 한양의 생활상을 보다 풍부한 전시 시나리오와 유물로 보여드리게 됐다”며 “특히 친목모임을 기록하고 추억한 ‘계회도’를 통해 한양의 생활상을 엿보고 현대의 SNS와 비교해보는 흥미로운 시간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