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없는 벌금제도”…인간 행동을 지배하는 숨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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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없는 벌금제도”…인간 행동을 지배하는 숨은 비밀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6.12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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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젊은 경제학자 두 명의 행동경제학 현장실험
 

지난 9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과 삼성토탈 서산공장 등 대기업 사업장 10곳이 환경법규 위반으로 적발됐다.

이들 공장은 지난 2년간 환경법규를 위반한 사례가 있었던 곳으로 표본을 선정해 재검검할 결과 또다시 법규를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공장에 부과된 과태료는 고작 최고 1000만원. 환경법규를 지키기 위해 관련 시설을 정비하고 대기오염물질 자가측정을 하지 않더라도 과태료만 부과하면 된다는 인식의 전형이다.

유리 그니지 UC샌디에이고 래디경영대학원 경제학 및 전략학 교수이자 행동경제학 석좌교수도 똑같은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는 탁아소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에 늦었다. 몇 주 후 그는 탁아소 운영자로부터 10분 이상 늦게 도착하면 3달러의 벌금을 물리겠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그러나 탁아소의 벌금제도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부모들은 늦을까봐 노심초사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마음껏 볼일을 보고 기꺼이 벌금을 지불했다.

유리 그니지가 탁아소 열 군데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3달러 벌금제도는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방법보다 훨씬 효과가 떨어졌다.

행동경제학과 사회심리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널리 인용되는 이 유명한 실험은 사람들이 인센티브에 어떻게 반응할지 추측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관리자는 직원에게 “생산량을 10% 늘리면 모두 상여금을 받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10% 늘리지 못하면 한 사람도 상여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겁을 줄 수도 있다.

직원에게 일하려는 동기를 불어넣기에는 어떤 프레이밍이 나을까?

숨은 동기는 매우 복잡해 사람들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이 진정으로 가치를 두는 대상을 간파하면 예측가능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고 자신을 포함해 사람들을 행동하게 만들 수 있다.

신간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김영사)는 사람들이 실제로 생활하고 일하고 놀이하는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경제현상들을 관찰하며 인간 행동의 숨은 동기를 파헤친다.

 
킬리만자로 산기슭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양조장까지, 이스라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세계 최대 기업의 중역 회의실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진 현장실험들을 바탕으로 도출한 결과들은 이론과 데이터, 실험실 실험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는다.

IT기업 인튜이트는 자잘한 아이디어들을 실험해 6년 만에 고객전환율을 50% 상승시켰다.

의료서비스 기업 휴매나는 노인들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우면서 수백만 달러를 절약했다.

최첨단 기술기업 완리다는 실험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보상과 처벌 프레이밍을 사용해 생산성을 극적으로 늘렸다.

이처럼 비즈니스, 정치, 교육, 철학계를 막론하고 경제학이 사람·기업·학교·세계를 바꾼 사례들을 제시한다.

관건은 내면의 숨은 동기를 간파하고 사람들을 행동하게 만드는 진정한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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