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여년 동안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향상됐고 생산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이는 계속 축적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 개발로 축적된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기술은 더 많은 재화를, 더 많은 식품을, 더 많은 데이터를, 오직 더 많은 것을 생산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더 많은 생산만으로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잡지 못한다. 오히려 사람들의 취향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단순함이 과잉생산 시대에 새로운 부를 창출한다.
단순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이 대표적인 예다. 애플이 아이팟과 아이폰을 디자인하면서 영감을 얻었다는 브라운 사의 디자이너 디터 람스(Dieter Rams)의 ‘LESS but BETTER!(더 적게 하지만 더 좋게!)’는 이를 한마디로 축약하고 있다.
경제학 연구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마이클 바스카는 저서 『큐레이션』(예문아카이브)에서 “기존의 방식대로 더 많은 것을 담아내려는 노력을 해봐야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고 말한다.
즉 과감히 덜어내는 단순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비즈니스의 새로운 기회라는 것이다.
큐레이션은 선별과 배치, 정제, 전시, 설명, 보호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사람들이 진짜로 원하는 ‘최고’만을 남기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단순함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큐레이션을 통해 저마다 개성에 따라 원하는 제품과 콘텐츠가 다른 사람들의 취향을 파고든다면 이미 과잉생산과 과잉소비에 지친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디터 람스 역시 “좋은 디자인은 할 수 있는 한 최소한으로 디자인한다. 더 적게, 하지만 더 좋게. 그래야 필요 없는 것은 덜어버리고 필요한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 더 순수하고 더 단순하게 만들라”고 말한다.

비단 디자인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해야 할 주요한 경영전략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저자는 “큐레이션은 더 ‘많은’ 선택을 추구하는 대신 더 ‘좋은’ 선택으로 우리를 이끈다”고 강조한다. 사업을 하거나 제품을 구매하거나 심지어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때에도 무조건 ‘많은’ 것보다는 정작 ‘중요한’ 것 하나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20세기까지 ‘많은’ 생산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그것을 해결해야 할 시기이며,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방법 중 하나로 큐레이션을 제시한다.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자원,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생산의 시대에서 더 좋은 상품, 더 유용한 정보, 더 큰 가치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가 핵심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