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적 상황으로 읽는 경제 사상과 이론…『E.K.헌트의 경제사상사』
상태바
사회경제적 상황으로 읽는 경제 사상과 이론…『E.K.헌트의 경제사상사』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11.30 1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였던 존 메이너드 케이스의 삶과 업적을 이해하게 된다면 깊은 경기침체의 한복판에서 재정 긴축을 권고하는 19세기 경제학자들과 같은 실수를 범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으로부터 산업의 이해관계와 영리사업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서로 상충하는지를 배우게 된다면 왜 금융산업의 탈규제가 대형 사고를 불러들일 수밖에 없으며 또 아무 조건도 달지 않고 은행을 살려주는 것이 더 큰 재앙을 불러들이는 처방이라는 점도 이해할 것이다.

냉전시대의 편견을 극복하고 칼 마르크스를 읽으면 경제정책이 사회의 이익이 아니라 계급적 이익에 복무하도록 선택된다는 것을 분명히 이해할 것이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에서 시작된 현대 경제학 연구는 21세기까지 250년간 이어져왔다. 그 과정에 여러 가설, 사상과 이론이 제기되고 여러 논쟁이 있었다. 이는 모두 인간의 삶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경제활동 그리고 쾌락과 효용, 노동과 생산의 과정을 설명하고 사회 근간을 이루는 경제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들이었다.

그러나 “현재 경제학자들 다수는 수학적 기법에서는 높은 훈련을 받았음에도 우리를 통치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조언을 내놓아야 하는 순간이 되면 석학의 허울을 둘러쓴 백치처럼 행동한다”고 로빈 하넬 교수(미국 아메리칸 대학의 경제학과)는 비판한다.

신간 『E.K.헌트의 경제사상사』(시대의창)는 로빈 하넬 교수의 지적처럼 현실과 괴리된 이론을 연구하는 현대 경제학자들과 달리 사회경제적 상황의 산물로 경제사상과 이론을 살펴보는 책이다.

경제학자 각각의 사상과 이론이 제기된 배경부터 구체적인 내용과 가치, 후대에 미친 영향 그리고 관련된 논쟁 등을 일목요연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다양하고 방대한 경제학의 주제를 백화점식으로 잡다하게 담아내기보다 경제사상사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야기, 즉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를 이해하는 것으로 압축하고 있다.

특히 경제사상사에서 가장 빈번하게 되풀이되는 주제인 자본주의가 과연 조화를 향해 가는 시스템인가 아니면 갈등을 향해 가는 시스템인가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내적으로 안정성이 있는가, 불안정성이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핵심이다.

경제사상과 경제 이론을 다룬 수많은 책 중에서 이 책은 서구, 특히 미국 진보 경제학 진영에서는 학설사의 교과서로, 또 신고전파 주류 경제학에 대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비판적 논고로 현대 경제학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1982년 처음 한국에 번역 소개됐지만 당시에는 정치 현실상 상당 부분이 삭제된 채 출간됐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출간한 책에서는 삭제된 내용 없이 수치와 데이터를 업데이트했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로 더욱 복잡해진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