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외이사 100명 돌파…94곳 이사회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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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외이사 100명 돌파…94곳 이사회 진출
  • 이성태 기자
  • 승인 2024.02.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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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코써치, 100대 기업 사외이사 현황 분석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 인원이 처음으로 100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4명 중 1명 수준까지 많아졌다.

100명이 넘는 여성 사외이사 중 절반 이상은 교수 등 학계 출신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사내이사를 포함해 이사회에 여성이 1명 이상 활약하는 기업도 100곳 중 90곳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3년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현황 분석’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 100대 기업은 상장사 매출(2022년 별도 재무제표 기준) 기준이고 사외이사 현황은 2023년 3분기 보고서를 참고해 조사가 이뤄졌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사외이사 현황을 별도 공시하지 않은 곳은 같은 해 반기보고서를 참고했다. 동일인이 2개 이상 복수 기업에서 사외이사 등으로 활약하는 경우는 회사를 기준으로 별도 인원으로 산정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 인원은 452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여성 임원은 107명이었다.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 중 4명 중 1명꼴인 23.7%가 여성 사외이사인 셈이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는 지난 2020년 35명(7.9%), 2021년 67명(15%), 2022년 94명(21%)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100명을 돌파했다.

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이상 배출시킨 기업 숫자도 증가했다. 지난 2020년만 해도 100곳 중 30곳에서만 여성 사외이사가 두각을 보여왔는데 2021년 60곳, 2022년 82곳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88곳으로 최근 1년 새 6곳 더 증가했다.

여성 사외이사가 없는 기업 중에서도 6곳은 여성 사내이사가 따로 활약하고 있었다. 이들 기업까지 포함해 100대 기업 내 여성이 이사회(사내이사+사외이사)에 1명이라도 진출해 있는 기업은 94곳이나 됐다. 지난 2022년 100대 기업 내 여성이 이사회에 참여해 있는 기업이 86곳인 것을 감안하면 최근 1년 새 8개 기업이 여성 이사회 멤버를 새로 배출하며 지난해 처음으로 90곳을 넘어섰다.

사외이사를 포함해 100대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이 1명 이상 활약하는 곳이 90곳 넘게 많아진 배경에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자산 2조원이 넘는 기업에서 이사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별로만 채워서는 안 된다는 관련 법 규정이 2022년 8월부터 본격 시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법 규정을 어긴다고 해서 별도의 제재 조항이 없고 중도에 여성 사외이사가 사임하거나 주주총회에 맞춰 적절한 여성 사외이사 인재를 찾지 못한 기업도 있어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지난해 기준 100대 기업이 100% 여성 등기이사를 배출시키지는 못했다고 유니코써치 측은 분석했다.

지난해 파악된 100대 기업 남녀 전체 사외이사 452명을 출생년도로 구분해보면 1960~1964년생이 137명(30.3%)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1955~1959년생이 114명(25.2%)로 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단일 출생년도 중에서는 1958년생과 1961년생이 각각 31명이나 됐다. 이어 1965~1969년생은 86명(19%)이었고 1970년생 이후는 70명(15.5%)으로 파악됐다. 1970년 이후 출생사 중에서도 MZ세대에 속하는 1980년 이후 출생자도 6명(1.3%)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980년대생 사외이사 6명은 모두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100대 기업 중 1980년대생 여성 사외이사에는 한화손해보험 김정연(1980년), 한화오션 현낙희(1980년), BGF리테일 최자원(1981년), 롯데쇼핑 전미영(1981년), HL만도 박선영(1982년), E1 박소라(1983년) 사외이사가 포함됐다.

지난해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 중 107명이나 되는 여성 이사만 따로 떼어놓고 살펴보면 1966년과 1967년생이 각각 9명으로 가장 많았다. 1966년생 중에는 한국전력공사 김재신, 삼성중공업 조현욱, SK가스 전현정 사외이사가 포함됐고 1967년생 중에는 삼성전자 유명희, 현대모비스 강진아, LG이노텍 이희정 사외이사 등이 동갑내기인 것으로 파악됐다.

동일인이 100대 기업 내 2곳 이상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여성 임원도 6명으로 파악됐다. 해당 여성 사외이사에는 김태진(SK이노베이션·현대해상), 신미남(S-Oil·LG에너지솔루션), 여미숙(CJ대한통운·LG에너지솔루션), 조승아(삼성SDS·KT), 조화순(기아·LG화학), 최혜리(롯데하이마트·삼성증권) 사외이사 등이다.

지난해 450명이 넘는 100대 기업 사외이사를 주요 경력별로 구분해 보면 대학총장·교수와 같은 학계 출신이 44.2%로 가장 많이 분포됐다. CEO와 임원 등 재계 출신은 25.9%로 다음으로 높았다.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지자체 등에서 재직해 온 행정 관료 출신은 15.9% 수준이었다. 판·검사와 변호사와 같은 법조계 출신은 12.2%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지난 2022년과 비교해보면 지난해 사외이사는 CEO와 임원 등 재계 출신은 3.4%포인트 증가한 반면 행정 관료 출신은 3.1%포인트 줄어 대조를 보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기업의 생리를 상대적으로 잘 아는 재계 임원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려는 경향이 높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0명이 넘는 여성 사외이사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학계 출신이 52.3%로 최다였다. 다음으로 재계(26.2%)와 법조계(18.7%) 출신 순으로 높았다. 여성 사외이사의 경우 2022년 대비 2023년 학계 출신은 7.7%포인트나 증가한 반면 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은 5.8%포인트 감소했다. 여성 사외이사의 경우 법률에 해박한 법조계 출신보다는 교수 등 전문성이 높은 인물을 사외이사로 더 선호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450명이 넘는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중에는 장·차관급 고위 관료 출신만 해도 35명으로 7.7%로 나타났다. 이중 여성 사외이사 중에서는 유영숙 전 환경부장관(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풍산), 이인실 전 통계청장(한화생명)이 포함됐다.

100대 기업 중 작년 3분기 보고서 기준으로 여성 사외이사가 가장 많은 곳은 SK이노베이션이었다.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는 총 6명인데 이중 절반인 3명이 여성 이사 몫으로 채워졌다. 김주연(1967년), 이복희(1967년), 김태진(1972년) 사외이사가 SK이노베이션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이중 김주연 사외이사는 P&G 한국·일본지역 부회장 출신이고 이복희 사외이사는 듀폰코리아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김태진 사외이사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하고 100대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가 2명 이상 활약하는 기업은 18곳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기아, LG디스플레이, S-Oil, 한국가스공사, LG화학, 삼성화재, SK텔레콤, 삼성SDI, 롯데쇼핑, LG에너지솔루션, 대우건설, 삼성전기, 금호석유화학, 아모레퍼시픽, SK(주)가 속했다.

이중 한국가스공사 CEO는 여성인 최연혜 사장으로 이사회에 참여하는 여성 이사만 모두 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네이버는 여성 사내이사만 2명 활약 중이고 LG생활건강은 여성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각각 1명씩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00대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이 2명 이상되는 기업은 21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기업은 여성 이사 1명만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위를 넓혀 지난해 3분기 국내 100대 기업에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포함한 전체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등기임원은 모두 728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여성 사내이사(9명)까지 합치면 100대 기업 이사회에서 활약하는 여성은 116명이었다. 특히 호텔신라 이부진, LG생활건강 이정애, 네이버 최수연, 한국가스공사 최연혜 대표이사는 100대 기업 내 CEO급에 해당됐다.

지난해 100대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5.9%로 조사됐다. 100대 기업 내 이사회에서 참여하는 여성 임원 비율은 2020년 5.2%, 2021년 9.2%, 2022년 13.7%였는데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2%포인트 증가하며 15%를 넘어섰다.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100대 기업 중 상당수는 최소한의 법 규정만 충족하기 위해 여성 이사 1명 정도만 이사회에서 활약하는 곳이 많다”며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2024년 올해 여성 사외이사 증가 속도는 다소 더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 2020년 이후 100대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 증가율은 다소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양상이 뚜렷했다. 2020년 대비 2021년 여성 사외이사는 7.1%포인트 증가했지만 2021년 대비 2022년에는 6%포인트로 낮아졌고 2022년 대비 2023년에는 2.7%포인트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법률 규정에 최소한으로 충족하는 수준에서 여성을 이사회에 진출 시켜놓은 곳이 많다는 의미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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