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회사 수는 전체 상장사 가운데 281곳으로 전년보다 6곳이 줄었다. 그러나 10% 이상을 보유한 회사 수는 43곳으로 7곳 증가했다.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인 국민연금의 지난 한 해 국내 주식 투자 화두는 집중이었다.
총 22개 업종 가운데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투자한 종목이 가장 많이 속한 업종은 IT·전기·전자였다. 투자 비중은 전체의 14.6%에 달했다. 지주(금융지주 포함한 지주사) 업종은 2022년 투자 비중 1위였지만 지난해 IT·전기·전자 업종에 밀리면서 2위로 내려 앉았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지분율 증가폭이 가장 큰 종목은 효성중공업이었다. 5%포인트 넘게 늘었다. 반면 지분율이 8.06%포인트 줄어든 SK렌터카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1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2022년 12월 말부터 2023년 12월 말까지 국민연금이 국내 상장사 중 5% 이상 투자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5% 이상 투자 종목 수는 281개로 2022년 말 287개 대비 6개 줄었다.
그러나 10% 이상 투자한 종목은 2022년 36개에서 지난해 43개로 7개 증가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가 2022년 말 2236.40에서 지난해 말 2655.28로 400포인트 넘게 치솟는 동안 국민연금은 안정적인 성과 제고와 위험 분산을 위해 내실 있는 기업에 대한 주식 투자를 대폭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이 전체 22개 업종 281개 기업 가운데 5% 이상 투자한 종목이 가장 많은 업종은 IT·전기·전자였다. 2022년 말 37개(전체의 12.9%)였던 IT·전기·전자 종목 수는 지난해 41개(14.6%)로 4개나 증가했다.
다음으로 지주 40개(14.2%), 석유화학 26개(9.3%), 서비스 24개(8.5%), 조선·기계·설비 23개(8.2%) 순이었다. 다만 이들 4개 업종의 5% 이상 투자 종목은 전년 대비 대체로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보유 지분율이 가장 큰 종목은 LS였다. LS에 대한 지분율은 2022년 13.54%에서 지난해 13.85%로 0.31%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LIG넥스원은 0.84%포인트 증가한 13.53%를 기록하며 2위에 자리했다.
또 국민연금 보유 지분율 톱5 중 화장품 ODM 기업은 두 곳이나 됐다. 코스맥스는 13.35%로 3위에 올랐고 근소한 차이로 13.2%를 기록한 한국콜마도 5위에 랭크됐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국민연금이 지분을 가장 많이 늘린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2022년 말 6.04%에 그쳤던 효성중공업에 대한 국민연금 지분율은 지난해 무려 5.25%포인트 오른 11.29%를 기록했다. 초고압 변압기·전력 설비 등 신규 수주 확대로 인한 실적 개선 기대감이 국민연금의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전환에 발맞춰 전기차 충전 사업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솔루엠에 대한 지분율도 증가했다. 국민연금의 솔루엠 지분율은 2022년 5%에서 지난해 10.19%로 5.19%포인트 불어났다.
CJ는 지주사 중에서 가장 크게 늘었다. 2022년 7.84%였던 CJ에 대한 지분율은 지난해 12.94%로 나타났다. 1년 새 5.1%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세아제강지주는 4.56%포인트 오른 10.17%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효성티앤씨 4.54%포인트(7.16%→11.7%), 한올바이오파마 4.23%포인트(8.11%→12.34%), 이수페타시스 3.91%포인트(8.92%→12.83%), 한국콜마 3.4%포인트(9.8%→13.2%), 삼양식품 2.78%포인트(9.94%→12.72%), 파마리서치 2.77%포인트(7.17%→9.94%) 등이었다.
이와 달리 SK렌터카에 대한 국민연금 보유 지분율은 1년 새 8.06%포인트나 급감했다. 2022년 말 8.66%에 달했던 지분율은 지난해 말 0.6%로 1%대를 밑돌았다. 국민연금이 SK렌터카의 지분율을 대폭 낮춘 것은 SK렌터카가 SK네트웍스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8월 SK렌터카 최대 주주인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의 완전 자회사 편입을 결정하고 SK렌터카 주식 공개 매수를 실시한 바 있다.
두산은 지주사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지분율 감소를 나타냈다. 국민연금의 두산 지분율은 2022년 13.6%에서 지난해 6.19%로 무려 7.41%포인트 폭락했다. 알짜 자회사로 손꼽히는 두산로보틱스가 지난해 10월 상장하면서 두산에 대한 기업 평가가 낮아지자 국민연금도 투자 철회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콘텐트리중앙은 지분 감소폭이 세 번째로 높은 종목이었다. 콘텐츠 제작·유통, 극장 운영 등 사업을 영위하는 콘텐트리중앙의 지분율은 1년 새 6.86%포인트 떨어진 4.52%에 그쳤다.
이어 포스코인터내셔널 –5.26%포인트(10.15%→4.89%), 현대지에프홀딩스 –4.94%포인트(6.87%→1.93%), 에스엠 –4.64%포인트(8.96%→4.32%), HD현대에너지솔루션 –3.86%포인트(8.48%→4.62%), 대웅제약 –3.8%포인트(10.9%→7.1%), 동아쏘시오홀딩스 –3.8%포인트(13.26%→9.46%), 동국홀딩스 -3.79%포인트(5.99%→2.2%) 순이었다.
한편 국민연금이 5% 이상 투자한 종목 중 보유 지분 가치가 가장 큰 기업은 삼성전자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에 대한 국민연금 지분율은 7.35%로 그 가치는 34조4646억원에 달했다.
눈여겨볼 점은 지난해 지분율이 2022년 7.53% 대비 0.18%포인트 줄었는데도 같은 기간 지분 가치가 24조8511억원에서 34조4646억원으로 9조6135억원이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에 삼성전자의 비중은 국민연금 5% 이상 투자 종목의 전체 지분 가치 138조2732억원 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지분율 7.9%를 기록한 SK하이닉스의 지분 가치는 8조1396억원으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2022년 3조9301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5% 이상 투자 종목 지분 가치 톱10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5.74%)은 5조7378억원으로 3위에 랭크됐다. LG엔솔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6.72%) 3조6354억원, 네이버(9.34%) 3조3961억원, 현대자동차(7.35%) 3조1619억원, 기아(7.17%) 2조8843억원, 포스코홀딩스(6.71%) 2조8338억원, LG화학(7.36%) 2조5924억원, 삼성SDI(7.88%) 2조5592억원 등이었다.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인 투자 종목은 2022년 8개(DGB금융지주, KB금융, KT, KT&G, 네이버, 신한지주, 포스코홀딩스, 하나금융지주)였지만 지난해에는 KT&G가 제외되면서 7개로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