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童心)의 미학…어른 세계에게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말과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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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童心)의 미학…어른 세계에게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말과 표현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3.20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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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㊱
 

[한정주=역사평론가] 내 어린 아우 정대는 이제 겨우 아홉 살이다. 타고난 성품이 매우 둔하다.

정대가 어느 날 갑자기 말했다. “귀속에서 쟁쟁 우는 소리가 나요.”

내가 물었다. “그 소리가 어떤 물건과 비슷하니?”

정대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소리가 동글동글한 별 같아요. 보일 것도 같고 주울 것도 같아요.”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형상을 가지고 소리에 비유하는구나.”

이는 어린아이가 무의식중에 표현한 천성(天性)의 지혜와 식견이다.

예전에 한 어린아이가 별을 보고 달 가루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말 등은 예쁘고 참신하다. 때 묻은 세속의 기운을 훌쩍 벗어났다. 속되고 썩은 무리가 감히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재번역)

稚弟鼎大方九歲 性植甚鈍 忽曰耳中鳴錚錚 余問其聲似何物 曰其聲也團然如星 若可覩而拾也 余笑曰 以形比聲 此小兒不言中根天慧識 古有一小兒見星曰 彼月屑也 此等語姸鮮超脫塵氣 非酸腐所敢道. 『이목구심서 1』

이덕무는 좋은 글은 동심(童心)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동심은 거짓으로 꾸미거나 억지로 애써 다듬지 않기 때문이다.

이덕무는 아무리 나이어린 동생이라고 해도 평소 그의 말과 표현 하나하나를 귀 기울여 듣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글로 옮겨 적어두곤 했다.

세속에 물들고 견문과 지식에 길들여져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의 세계에게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말과 표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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