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가루가 날리기 시작하는 4월 마지막 주 산길은 물오른 신록이 푸르름을 더해 꽃보다 아름답다. 신록의 바다에 푸른 물결이 넘실거려 가슴이 시원해진다.
그러나 물오른 신록이 마냥 좋을 수 없는 것이 꽃가루 알레르기. 정체불명의 코로나19로 기진맥진한 데다 불청객 꽃가루에 호흡기 질환도 걸리기 쉽고 이래저래 침입자들이 많아 기약도 없는 마스크와 동행은 징그러울 정도다.
서울에서 느긋하게 운전해 첩첩한 산골 소요산 주차장에 들어왔다. 소요산(逍遙山·587m)은 경기도 동두천시 동북방에 위치해 있는, 동두천시와 포천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이다.
이곳에는 전철 1호선의 종점에 소요산역이 있어 서울시청역 기준 1시간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근교 산행지다.
소요산역에서 맛집거리를 경유해 소요산 매표소까지 도보로 약 15분 걸음에 쉽게 산문을 통과할 수 있다. 또한 능선을 따라 종주산행을 하면 원점회귀가 가능해 승용차를 가지고 오지 않더라도 불편함이 없다.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 중 하나인 소요산은 사계절 내내 산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여름에는 울창한 숲과 시원한 계곡의 폭포, 가을에는 단풍이 곱고 겨울에는 멋진 설경이 연출되는 팔색조 같은 매력을 지닌 명산 중 하나다.
척박한 바위 지대에 뿌리를 박은 노송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있는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해 예로부터 경기의 소금강이라 불린다.
정상인 의상대(587m)와 하백운대, 중백운대, 상백운대, 나한대, 공주봉 여섯봉우리가 말발굽 모양의 둥근 능선으로 이루어져 있고 산행의 들머리와 날머리가 같아 자연스러운 원점회기 산행지다.
주차장에서 계곡을 따라 오르다 일주문을 지나면 왼편에 아담한 원효폭포가 보인다. 폭포옆 속리교를 건너 자재암방향과 공주봉방향의 갈림길에서 왼쪽 자재암 방향 108계단길을 따라 하백운대로 오른다.
자재암은 좁은 협곡과 절벽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수행한 작은 절. 무열왕 김춘추의 둘째 딸인 요석공주는 원효대사 사이에 설총을 낳았고 원효와 요석공주의 애틋한 설화적 배경으로 부부의 연이 전해지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자재암을 뒤로 하고 왼쪽의 계단을 오르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계단길의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으로 초반부터 심장과 허벅지가 곤욕을 치른다.
산행시작 40여분 숨차게 걸어올라 첫 번째 봉우리 하백운대에 닿는다. 하백운대에 올라서면 시야가 확장돼 건너편 나한대와 의상대 그리고 공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다시 0.4km 전방의 중백운대 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길로 직진한다. 경사가 완만해지면서 능선길 옆으로 연분홍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싱그러운 연두빛과 어울어져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에 걷는 이는 작은 조연일뿐이다.
중백운대는 조망이 좋으며 등굽은 노송들이 구불구불 휘어져 신비롭고 초록빛 가득 채운 소요산 봉우리들을 굽어볼 수 있다.
중백운대에서 상백운대는 0.9km. 밋밋한 풀밭인 상백운대를 지나서 나한대로 가는 능선길엔 칼바위 구간이 나오는데 암릉이 거칠고 날을 세운 난코스다. 동쪽은 높은 절벽이고, 그사이에 자리를 틀고 있는 노송들이 솔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칼바위길을 내려서면 선녀탕에서 올라오는 갈림길 안부 삼거리다. 삼거리에서 나한대로 오르는 길은 급경사 구간에 긴 계단길이다. 상백운대에서 나한대까지 1.2km, 40여분 소요됐다.
계단길로 올라 소요산 정상 의상대로 향한다. 의상대는 소요산의 주봉답게(587m) 암릉의 규모도 상당해 주변을 압도하며 소요산 전체를 둘러보는 조망과 파주 감악산과 한탄강이 눈에 들어오고 동두천 시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정상을 내려와 여섯봉우리중 마지막 공주봉에 들렀다. 넓찍하게 나무데크가 깔려있는 공주봉은 조망경관이 뛰어난 자리로 남쪽으로 불·수·사·도·북이 눈에 들어온다.
하산길은 구절터를 지나 일주문까지 약1km 40분 소요되며 수월한 편이다. 소요산 여섯 봉우리를 모두 오르고 내리는 종주산행은 길이 다소 거칠어 보행 시간이 좀 더 걸리며 휴식시간 포함 5시간 소요됐다.
옛 선인들이 자유로이 거닐며 소요했다는 산의 이름처럼 서울 근교 당일 산행지로 알맞고 원효의 자취가 곳곳에 숨쉬고 있는 소요산은 큰산은 아니지만 다채로운 풍경과 꽉 차오르는
성취감을 얻는 만족한 산행이었다.
초록으로 채워진 하루, 아~ 이 기분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