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된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 대한 성찰…OCI미술관 ‘오원배 초대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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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된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 대한 성찰…OCI미술관 ‘오원배 초대개인전’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7.10.2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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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1층 전경.

인간과 기계의 전도된 관계를 그려내며 ‘인간의 기계화’와 ‘기계의 인간화’라는 시대적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OCI미술관은 다음달 2일부터 12월23일까지 인간의 실존과 소외, 현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천착해온 오원배 동국대 교수의 초대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능적 효율을 극대화하는 사회 구조가 어떻게 인간을 도구화하고 집단 명령의 체계를 형성해 가는지 그리고 과학과 기계 문명의 발달이 어디로 치닫게 되는지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그러나 기계 역시 인간의 기능과 사고를 물질화한 것이며 인간의 억압은 오로지 인간 행위의 결과일 뿐이라며 오히려 회복의 여지가 있다는 희망도 제시한다.

OCI미술관의 1·2·3 전시장 전 층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40여년의 화업을 선보이며 늘 새로운 창작열을 불태워온 ‘청년 작가’ 오원배 회화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 Untitled, oil stick, charcoal, pigment on paper, 190x3200cm(부분), 2017.

3개 층의 전시구성은 삼계(三界), 즉 욕계·색계·무색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목을 끄는 것은 전시장 1층 벽면을 감싼 32m 신작이다. 여기에는 전시 공간 일부에 직접 안료를 흩뿌린 거친 현장 페인팅이 포함돼 더욱 생동감을 더한다. 마치 전체주의 병영이나 산업 현장에 유폐된 듯한 군상을 그린 작품으로 거대한 파이프와 가스통, 담벼락 아래 위축된 인간의 모습은 기계보다 더 기계적인 몸짓으로 획일화돼 있다.

맞은편으로는 매끈한 금속체의 인조인간이 환희에 찬 모습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집단화된 인간의 통제된 신체와 인조인간의 자율성이 강한 대비를 보여주는 이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휴머니티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 Untitled, Pigment on panel, 123x300cm, 2017.

2층 전시장에서는 인간소외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의 배경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사람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계단, 온기 하나 없는 공장의 철골 구조, 일거수일투족을 뒤쫓는 감시의 시스템 등 그의 그림 속 적막한 사회의 모습은 기계적 시스템과 인간의 도구화라는 하나의 주제를 향하여 균질한 톤으로 꿰어진다.

▲ Untitled, pigment on canvas, 227x500cm, 2017.

3층에는 작가가 일상 속에서 꾸준히 그려온 드로잉 37점을 선보인다. 평상시 생활 곳곳에서 마주치는 주변 인물과 소소한 사건을 면밀히 기억하고 섬세한 감성으로 포착하여 화폭으로 옮긴 것으로 삶의 매 순간 떠오르는 생각과 상상을 특정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이미지화한 것이다.

선 몇 개로 단순하게 표현하거나 대상을 기호화하거나 재료 자체의 속성이 드러나게끔 한 작업으로 드로잉은 작가에게 관찰의 기저이자 변화를 추동하는 원동력임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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