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주가격 인상에 정부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는 가운데 현행 주세법 규정이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5일 헌법상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세금을 인상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거해야 하는데 현행 주세법은 종가세 체계를 통해 국세청장이 주류 출고 가격 명령을 통해 세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주세법 제40조(주세 보전명령)와 주세법 시행령 제50조(주류 가격에 관한 명령)에 따르면 국세청장에게 주세 보전을 위한 일련의 조치로 주류 제조자에게 가격인상이나 인하를 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서 ‘명령’이란 국세청장이 주류회사에 공법상 의무를 부과해 사실상 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처분을 말하며 문서로 통지해야 한다.
국세청은 2007년 소주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50%를 상회하는 진로에게 소주 출고가격 인상률 등을 사전에 국세청과 협의하도록 해 가격 인상 여부, 인상률, 인상 시기를 승인받도록 했다.
특히 지역별 과점이 이루어지고 있는 소주 시장에서 전국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진 진로에 대해서만 국세청이 가격 규제조치를 실시하는 조치로 인해 기타 소주 업체들도 이를 국세청의 가이드라인으로 파악해 유사한 인상률과 인상 시기를 결정하게 된다.
이 같은 소주 회사들의 소줏값 담합 혐의에 대해 2010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소송에서 대법원은 소주 업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2014년 대법원 파기환송판결에서는 소주 업체 관계자들의 담합 증거들을 대부분 인정했던 1~2심 판결을 뒤집고 국세청의 실질적인 소주 출고 가격 통제·관리 의혹을 인정한 바 있다.
최근 소줏값 인상과 관련해서도 연맹은 1999년 이후에는 소주값 인상 후 신고할 뿐 사전 협의나 규제권한이 없다고 한 정부의 해명은 사실이 아니라며 주세법에 의한 명령권을 통해 서면통지로 가격인상을 할 경우 비난여론을 의식해 2007년과 같이 은밀한 방법을 통해 정부가 주류회사의 소줏값 인상에 개입했다면 이는 반민주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주세법 40조 등의 규제법으로 국세청은 갑, 주류회사는 을의 관계가 성립돼 국세청의 가격인상 압박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관계”라고 지적하며 “국세청은 이를 이용해 세율인상없이 주세인상을 시도하는 등 조세법률주의를 심각하게 위배하고 있고 헌법상 자유시장경제 질서조항에도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