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무료강습회로 후진 양성하는 김묘선의 승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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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무료강습회로 후진 양성하는 김묘선의 승무 사랑
  • 박철성 칼럼니스트·다우경제연구소 소장
  • 승인 2015.11.09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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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묘선의 승무(僧舞) 공연.

‘명무(名舞)’ 김묘선(승무 전수교육조교)의 뼛속 깊은 승무(僧舞) 사랑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승무는 대한민국 대표적인 민속춤이다. 한국무용 특유의 정중동(靜中動)·동중정(動中靜)의 정수를 잘 표현하고 있다. 전통 민속무용 중 가장 예술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1969년 7월4일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됐다.

승무 동작 중 북을 향해 관객을 등지고 머리에 고깔을 쓴 채 얼굴을 살짝 가린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관객에게 굳이 드러내지 않으려는 예술 본연의 내면적 겸손을 품었다는 평가다.

지난 8일 수원시 팔달구 소재 ‘김무선 승무 전수소’에서는 승무 무료강습회가 열렸다. 7일부터 시작된 무료강습회에는 이틀 동안 전국에서 총 100여명이 모였다.

서울과 수원, 분당을 비롯해 익산, 대전, 청주 등 지역도 제각각이다. 모두 미래의 국무(國舞)가 되겠다는 꿈나무 춤꾼들이었다.

▲ 승무 무료 강습은 서로 동작이 얽힐 정도였다. 두 곳의 연습실 모두 가득 메웠다. <사진=미디어캠프 信愿>

이 날은 종일 가을비가 내렸다. 스산했다.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강연장은 열기로 뜨거웠다.

두 곳의 연습실은 서로 동작이 얽힐 정도였다. 빼곡했다. 중학생부터 3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호흡, 호흡해야지! 호흡이 안 되잖아! 동작만 해선 안 된다고.”

김묘선의 까랑까랑한 고함이 퍼졌다.

“우리 가락은 호흡과 동작이 일치해야 하는데 지금 여러분들은 그게 부족해. 자, 다시 해볼까? 허리를 펴고 엉덩이 빠지지 않게….”

김묘선의 호통 속엔 어린 제자 사랑의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이렇게 무료강연을 시작한 지 벌써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단다.

김묘선은 개인 공연만도 2년 일정이 꽉 차 있다. 너무도 바쁜 삶이다. 하지만 매월 한두 차례는 반드시 국내 무료강습회에 참석해 직접 후진 양성을 하고 있다.

“일본 일정을 마치고 간밤에 귀국했다. 강습 프로그램을 짜느라 수면을 두 시간밖에 못했다.” 그녀는 이마의 땀을 훔쳤다.

김묘선은 국무(國舞) 이매방 선생(1927~2015년)의 수제자로 한국 전통 승무의 전수교육조교(준 문화재)다.

▲ 김묘선은 강습시간 내내 “승무는 호흡과 동작이 일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미디어캠프 信愿>

사실 우리끼리 얘기로 이런 수준의 실기강습료 액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더욱이 입시 수험생의 경우라면 대기번호표 받기조차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날 강습에 참가한 최지원 군(익산 이리영등중 2)은 “평소 존경하는 선생님께 지도를 받는다는 게 너무도 자랑스럽다”면서 “이론으로 접하지 못한 내용의 수련에 깊은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제법 어른스럽게 소감을 밝혔다.

또 변창준 군(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무용과 3)은 “기존의 연습법은 단순히 동작 익히기에 불과했고 비로소 그 문제점을 실감하게 됐다”면서 “할수록 어렵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비췄다.

김현지 양(용인대 무용과 2)은 “매번 강습에 참석하고 있다”면서 “승무의 깊은 세계를 깨우치는 시간”이라고 활짝 웃음 지었다.

오후 3시. 익산에서 올라온 박남영 원장(익산 아르떼무용학원) 팀이 먼저 짐을 챙겼다. 휴일 교통체증 때문이었다. 가방 한켠에서 포장된 작은 선물을 꺼냈다. 김묘선이 펄쩍 뛰었다. 마음만 받겠단다.

“지금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무수히 많은 승무 무료강습을 했다”는 그녀다. 제자들이 세계 각국에 퍼져있다. 실제 김묘선의 제자는 벽안(碧眼)의 눈동자도 수두룩하다.

“모든 강의는 무료, 순수한 봉사였다. 스승의 가르침을 돈으로 환산한다는 자체가 불경스러운 일이라 판단했고 오직 우리 전통의 승무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일념밖에 없다”면서 “특히 오늘은 휴일인데도 먼 길 마다 않고 지방에서 올라온 제자들이 많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알려줘야 한다”는 김묘선이다.

그녀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되는 그날까지 승무와 생을 같이 하겠단다. 그리고는 “추임새를 넣어줘야 한다”며 이내 연습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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