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이 지난 2004년 조사 이후 처음으로 300명을 돌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대비 올해 100대 기업 전체 임원 수는 200명 넘게 감소했는데도 여성 임원은 오히려 40명 가까이 늘었다.
여성 임원을 한 명이라도 보유한 기업 숫자도 2004년 10곳에서 올해는 65곳으로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 비율은 5% 수준에 불과해 여전히 대기업에서도 유리천장은 견고했다.
27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올해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은 322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286명보다 36명(12.6%) 증가한 수치다.
특히 100대 기업 전체 임원 수가 작년 6871명에서 올해 6664명으로 200명 넘게 줄었지만 여성 임원은 40명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임원 자리를 감축하는 대기업이 여성 인재를 적극 중용하고 있는 것이다.
100대 기업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도 2019년 3.5%에서 작년에는 4.1%로 늘었다. 올해는 4.8%로 0.7%포인트 높아졌다. 여성임원 수는 늘고 있지만 여전히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반증이다.
100대 기업 여성임원 숫자는 지난 2004년 당시만 해도 13명에 불과했다. 이후 2006년 22명, 2010년 51명, 2011년 76명으로 증가하더니 지난 2013년에는 처음으로 100명 시대를 열었다. 2013년 여성임원 수는 114명이었다. 2014년에는 106명으로 상승 추세가 한풀 꺾이기도 했다. 이후 2015년 138명, 2016년 150명, 2018년 216명, 2019년 244명, 2020년 286명으로 늘었고 올해도 320명대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다.
여성임원을 보유한 기업 수는 올해 65곳으로 작년 60곳보다 많아졌다. 연도별 여성 임원 보유 기업 수는 2004년 10곳, 2006년 13곳, 2010년 21곳 등 조금씩 증가해왔다. 이후 2011년 30곳, 2013년 33곳, 2015년 37곳, 2016년 40곳, 2018년 55곳, 2019년 56곳, 2020년 60곳으로 많아졌다. 올해는 65곳으로 작년보다 5곳 증가했다.
내년 임원 인사에도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더라도 여성 임원을 늘리려는 분위기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00대 기업 여성임원 322명 중 72%에 해당하는 232명은 1970년 이후 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60.7%)과 2020년(65%)보다 더 높아졌다. 출생년도별로는 1970~1973년의 1970년대 초반 출생자가 127명(39.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974~1976년 사이가 64명(19.9%)으로 뒤를 이었고 1967~1969년 60명(18.6%) 순이었다.
작년에는 1967~1969년생이 1974~1976년생보다 22명 많았지만 올해 두 그룹의 연령대가 서로 역전됐다. 1980년 이후 출생자는 18명으로 지난해 11명보다 7명 늘었다.
단일 출생년도 중에서는 1971년생이 47명으로 최다였다. 이어 1970년생(30명), 1975년생(27명), 1969·73년생(각 26명), 1972년생(25명), 1974년생(21명), 1968년생(20명) 순으로 나타났다.
1971년생 중 삼성 계열사만 16명이었다. 삼성전자 7명, 삼성물산 4명, 삼성화재·삼성SDS 각 2명, 삼성생명 1명 순이었다. 이외에 아모레퍼시픽(4명), KT(3명)에서도 1971년생 여성이 3명 이상이었다.
여성임원 최다 보유 기업은 삼성전자로 55명이었다. CJ제일제당은 22명으로 2위였고 네이버는 작년과 올해 17명으로 동일했다. 이어 아모레퍼시픽(16명), 현대차(15명), 삼성SDS(13명), KT(10명) 순으로 여성임원이 10명 이상이었다.
여성임원이 10명 이상인 기업은 작년 6곳에서 올해 7곳으로 1곳 증가했다. KT가 지난해 9명에서 올해 10명 이상 기업군에 합류했다.
현대차는 2019년 4명이던 여성임원이 작년에는 13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15명으로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향후 1~2년 내 톱3에도 이름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정의선 회장이 미래차 개발과 관련 젊고 유능한 여성들을 적극 발탁해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임원 10명 이상 기업 중 아모레퍼시픽은 전체 임원 69명 중 여성 비율이 23.2%로 가장 높았다. CJ제일제당도 전체 임원 98명 중 22.4%가 여성이었다. 삼성SDS(14.8%), 네이버(13.9%), KT(11.1%)도 10%를 넘었다.
학부 기준으로 출신대학이 확인된 여성 임원 중에서는 이화여대를 나온 여성임원이 3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세대(21명), 서울대(20명) 순으로 여성 임원을 다수 배출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대 중에서는 부산대 출신이 4명으로 가장 많았다.
조사 대상자 중 27명은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단일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8명으로 가장 많았고 LG화학은 3명으로 뒤를 이었다. 박사학위 학교는 서울대와 카이스트(KAIST)가 각 4명으로 많았다. 한양대와 포항공대 출신 박사도 각 2명씩이었다.
여성임원 322명 중 사내이사로 이사회 멤버는 4명에 불과했다. 호텔신라 이부진(1970년생) 사장을 비롯해 네이버 한성숙(1967년) 대표이사, CJ제일제당 김소영(1972년) 사내이사, 롯데칠성음료 송효진(1976년) 상무보가 이들 그룹에 포함됐다.
오너가를 제외하고 사장급 이상 타이틀은 네이버 한성숙(1967년) 대표이사 사장이 유일했다. 미등기임원 중 차기 사장급 1순위 후보군에는 민희경(1958년) CJ제일제당 부사장과 삼성전자 이영희(1964년) 부사장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국내 기업에 ESG 경영 열풍이 불면서 지역·성별·출신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는 다양성 항목이 중요해지면서 과거와 달리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원은 물론 일반 임원과 이사회 구성원 중 여성 인재 선호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선진국에서는 상당수 여성 인재 육성에 대한 프로그램은 물론 여성 임원 비율도 높은 데 반해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여성 인재 활용에 대한 경영자의 인식이 다소 인색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