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 SK, 최악의 위기···사업·투자계획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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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부재 SK, 최악의 위기···사업·투자계획 적신호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2.2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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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없는 초비상 상황···자원개발·에너지 시장 개척 올스톱
▲ SK 서린동 사옥 전경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유죄가 확정되면서 SK그룹은 물론 재계도 큰 충격에 휩싸였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한 SK는 그룹 전체가 침울한 분위기 속에 온종일 술렁거렸다.

SK는 선고 직후 “그 동안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대해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경영공백의 장기화로 인해 신규사업 및 글로벌 사업 등 회장 형제가 진두지휘 해 온 분야에서는 상당한 경영차질이 불가피해 질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최 회장 장기 부재가 현실화되면서 이날 SK 경영진은 김창근 의장 주재로 긴급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위기대응책을 논의했다.

김 의장은 “지난 몇 년간 이어온 재판은 이렇게 큰 상처를 남기고 마무리 됐지만 지금부터 우리는 그 상처를 보듬고 새살이 돋아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면서 “SK는 어떤 경우에도 흔들림 없이 성장 발전해야 한다”며 분위기를 추스렸다.

SK는 6개 위원회 중심으로 그룹을 경영하는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더욱 강화해 경영공백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시켜 나가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오너 중심의 경영이 불가피한 한국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런 방식으로 최 회장 공백을 메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오너 부재에 따른 리스크는 상당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손발을 동원해도 모자라는 판국에 이를 이끌고 갈 선장이 없는 초비상 상황”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앞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경제활성화와 그룹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지속돼야 하는데 당장 제동이 걸리게 되면서 부재 여파가 현실화되고 있다.

최 회장의 판단이 필요했던 투자계획들에 대해 새로운 조정이 필요하게 됐다. 이미 다져 놓은 해외시장 유지와 신규시장 진출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으며 그룹의 주력사업인 에너지와 자원개발, 반도체 등에도 적신호가 켜지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자는 메시지가 귀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정반대 기류의 판결을 맞게 되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당장 자원개발과 에너지 시장 개척 분야가 가장 시급하다. 전략적 대주주로서 자원개발 등 신수종 사업 개척을 최 회장에게 의존해 왔던 SK 입장에서는 굵직한 사업 수주가 어렵게 됐다.

지난 2011년 브라질 원유 광구를 매각한 자금을 종잣돈을 삼아 신규 자원개발을 진행하려 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멕시코 등 중남미 에 석유 등 자원개발 시장이 새롭게 열렸지만 의사결정권자가 없어 SK에게는 ‘그림의 떡’이 됐다.

싱가포르와 태국 등 동남아시아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허브로 삼으려 했던 최 회장의 구상도 어그러졌다. 최 회장은 지난 2011년 이들 국가를 방문, 정관계 인사들을 연쇄 접촉하면서 석유저장고 건설, 통신 및 온라인 시장 진출 방안을 논의해 왔지만 이번 선고로 관련 사업들이 한동안 궤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社와의 기유공장 설립 성공 후 이를 바탕으로 석유화학 공장진출을 모색했지만 해외기업과의 경쟁입찰에서 탈락했다.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최 회장이 심혈을 기울였던 터키에서의 사업도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최 회장은 터키 유력 기업인 도우쉬 그룹과 사업협력을 위해 1억달러 규모의 공동펀드까지 설립했으나 인터넷 상거래 사업 정도만 진행될 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비상등은 반도체 사업에도 켜졌다.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올린 SK하이닉스는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를 고민하고 있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를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준비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서는 그룹 총수의 사업방향에 따라 적시에 거액의 투자를 집행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SK에는 최종 결정권자가 없다. 특히 반도체 사업은 국제경기 흐름에 민감해 의사결정이 빨라야 하는데 하이닉스는 이런 대응에서 경쟁업체보다 뒤쳐질 우려가 높아졌다는 업계의 분석이다.

SK는 최 회장 수감 이후 신규사업 진출, 대규모 인수합병 등 중대한 경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큰 어려움을 겪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11월 호주 유류 공급업체인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UP)지분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하려다 방침을 바꿨다. 국내에선 지난해 STX에너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가 9월 항소심 선고가 나온 뒤 인수전 불참을 선언했고, ADT캡스 인수도 중도에 포기했다.

SK 관계자는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보고를 받겠지만 서류 몇 장만으로 수조원대의 투자를 결정할 수 없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정보력과 투자 타이밍에서 나오는데 당분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사법부 판단에 대한 아쉬움과 SK에 대한 동정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 회장은 1심에서 법정구속 후 13개월, 400일 가량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법정 수난을 겪은 주요 그룹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구속돼 있으며, 수감 기간도 역대 재벌 총수 가운데서도 가장 길다. 범죄 액수만 수십조원에 달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실제 복역 기간은 4개월에 불과했다.

게다가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구속돼 있다. 이쯤 되면 SK 형제들만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어 되려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최근 대기업 사건 가운데 가족 모두가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사례는 없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가 경제살리기에 매진할 수 있도록 모처럼 훈풍이 불었는데 SK 사안으로 삭풍으로 변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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