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회장 형제, 중형 선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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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태원 회장 형제, 중형 선고 이유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2.2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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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규명 못한 반쪽짜리 미스터리 재판 비난도 일어
▲ 현직 재벌총수 구속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왼쪽)과 최재원 부회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SK그룹 최태원 회장 형제에 대한 재판이 실체적 진실과 핵심 쟁점에 의문점을 남긴 채 ‘반쪽 재판’이라는 오명을 남기고 27일 끝났다.

특히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과 달리 중형을 선고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7일 수백억원대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에 대해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최태원과 최재원의 횡령 범행의 공모관계를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얼기설기 대강의 그림만 그려졌을 뿐 정확한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펀드자금을 만들어 송금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펀드 조성 경위와 용도 등에 대해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 부회장, 김원홍씨와 김준홍씨 간의 주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실제 1·2심 재판과 김원홍씨 재판을 통해 드러난 펀드 출자와 송금 목적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상이하다.

1심은 최 회장의 자금 해결을 목적으로, 항소심은 최재원 부회장의 자금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 있다.

별도로 진행된 김원홍씨 재판에서는 최 회장 형제 모두의 이해관계와 연계돼 있다고 판단했다.

하나의 사안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3가지로 나오는 형국이 돼 버린 것이다.

또 이 사건을 주도한 핵심 주범의 위치도 모호하다. 김원홍씨는 김준홍이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최 회장 형제는 두 김씨에게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누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지 주범조차 가리지 못한 가운데 공판이 끝나는 상황이 된 셈이다.

김원홍씨 재판에서는 김씨가 이 사건을 기획, 실행한 주범으로 간주했지만 이날 상고가 기각되면서 최 회장이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구도로 사건은 확정됐다.

서로 상이한 주장이 펼쳐지고 있는데 사건 관계자 4명이 한자리에 모여 한꺼번에 따져보는 절차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최 회장이 가장 큰 책임을 지게 됐다. 이는 향후 논란의 불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성의 정도를 양형에 어느 수준으로 반영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남겨뒀다.

현행 양형기준안에 따르면 반성하지 않는 경우에는 형을 가중할 수 있도록 했다. 통절하게 반성하면 감형, 그렇지 않으면 가중이다.

그러나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이 감형을 이유로 양심에 반하는 반성을 하기가 쉽지 않다. 변호인들도 감형 요소를 내세워 피고인에게 반성을 강요할 수가 없다.

최 회장은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경위야 어찌됐든 반성하고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냉담했다. 양형기준안에 따라 절대 집행유예가 불가했던 다른 재판에서 ‘반성’ ‘변제’ 등을 이유로 감형을 받은 사례와 비교하면 형평성에도 큰 문제를 남기고 있다.

특히 현직 재벌총수의 구속이라는 중형에 대해 재계도 당황하는 기색이다.

SK그룹 안팎에서는 한때 무죄는 아니더라도 집행유예 선고에 대한 희미한 기대감이 표출되기도 했다. 이는 재벌총수에 대한 법원의 칼날이 무뎌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실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 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러나 SK그룹 형제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중형선고였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는 전혀 다른 경우라고 해석했다. 즉 김 회장은 부실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배임혐의를 받고 있지만 최태원 회장 형제는 사적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라는 것이다. 재판부가 죄질이 나쁜 혐의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 형제가 끝까지 무죄를 주장한 것도 이번 중형선고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19일 사건 공동피고인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제 이름과 하나님 앞에 맹세를 드린다”며 “횡령 사실을 알지도 못했고 횡령 의도도 없었다. 그런 일을 하지 않았으며 실제로는 오해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1·2심 재판에서도 줄곧 강조됐다.

재계는 2월 한달 동안 재벌총수에 대한 다양한 법원의 판단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재판에 한층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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