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모피·보석·향신료·석유가 부른 풍요와 전쟁…『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이야기』
상태바
소금·모피·보석·향신료·석유가 부른 풍요와 전쟁…『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이야기』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07.08 16: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아프리카의 내전을 다룬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한 장면.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소금은 고대 권력자들의 전매품이었다. 힘들고 위험한 장거리 여행 끝에 전해졌던 소금을 가진 자는 돈과 권력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당시 그리스인들은 소금으로 노예를 샀다. 가난한 사람들은 소금을 얻기 위해 딸까지 팔아야 했다.

사하라 사막을 가로지르는 대상들의 3대 교역품목 중 하나도 바로 소금이었다.

소금은 서양 고대사의 한 획을 그은 로마의 부흥과 관계가 깊다. 작은 도시국가로 시작한 로마는 남부 이탈리아 반도의 조그만 어촌에서 소금 거래를 하던 몇몇 상인들이 모여 만든 나라였다.

특히 페니키아시대에 로마 근교 테베레 강 하구에 건설된 인공 염전에서 소금이 만들어졌고, 이 소금은 하천을 통해 바로 로마 시내로 운반됐다.

로마 발전의 원동력이 된 ‘소금 길’의 탄생한 배경이다. 하천을 통해 배로 운반된 소금은 품질도 좋았고 가격도 저렴했다. ‘모든 길을 로마로 통한다’는 말도 따지고 보면 소금 길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1세기경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염전을 상실한 로마는 흑해에서 소금을 수입해야 했다. 이후 주요한 부의 근원인 소금을 상실한 로마의 경제력은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소금이라는 상품 하나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거대하다.

신간 『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이야기』(행성B잎새)는 셀 수도 없이 수많은 상품들 소금을 비롯해 모피, 보석, 향신료, 석유 등 다섯 가지를 골라 세계 역사와 경제·인류의 삶을 들여다본다.

다이아몬드로 대변되는 보석은 이를 차지하기 위한 인간의 욕망과 거래, 정치, 피를 부른 전쟁 등 세계사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큰 상품이다.

아직도 아프리카 곳곳에서는 정부군과 반군들 사이에 내전이 일어나면서 ‘블러드 다이아몬드’ 참극이 진행되고 있다.

보석 때문에 발발한 보어전쟁을 취재한 영국 특파원 존 홉슨이 쓴 『제국주의론』을 레닌이 받아들여 공산주의가 탄생했다는 점만 봐도 파급력은 짐작할 수 있다.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강한 모피 역시 시베리아 지역 개발과 북아메리카 서부 개척의 원동력이었으며 신대륙 발견이라는 역사상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를 가능케 한 대표적 상품은 향신료였다.

 

이들 4가지 상품이 고대부터 근대까지의 역사를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면 현재와 미래를 담당할 대표적 상품으로는 단연 석유를 꼽을 수 있다. 석유 쟁탈을 위한 다툼 속에 근현대사의 명암이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떤 상품이 중요하고 덜 중요하냐는 단순한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지고 문명이 발달하는 데 영향을 끼친 상품들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미래의 인류와 문명사에 영향을 끼칠 상품에 대한 고민을 과제로 남겨놓는다.

상품들의 역사는 단지 책 속의 박제된 기록이 아니라 현재 부족한 것을 보완해 미래의 새로운 상품 교역의 활로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진행형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