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으로 침투한 군사주의…교묘히 감춰진 군대와 자본의 전략
상태바
일상 속으로 침투한 군사주의…교묘히 감춰진 군대와 자본의 전략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06.02 1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2006년 미군 포로수용소에서 촬영된 몇 장이 사진이 세상에 공개됐다.

아부 그라이브 포로수용소 군 심문관들이 찍은 이 사진 속에서는 미군 여성이 가죽 끈으로 이라크 남성 포로를 묶고 있는 장면과 발가벗은 이라크 남성 성기를 가리키며 농담하는 듯한 장면이었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발가벗긴 이라크 남성들이 겹겹이 쌓인 위에 기대어 카메라를 보고 웃는 미군 여성과 미군 남성이 있었다.

사진을 찍은 미국 군인들은 포로들이 여성적이라고 느끼리라 생각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강제했다. 그들이 포로들을 여성화하는 이유는 포로들의 지위를 더 낮추기 위해서였다. 수치심과 무기력함으로 인해 군인들에게 더 협력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추정했기 때문이다.

위험한 적이라고 분류한 외국 남성에게 여성으로 하여금 굴욕감을 주어 정보를 얻고자 한 미국 전시 권력자들의 의도가 내포돼 있었던 것이다.

신간 『군사주의는 어떻게 패션이 되었을까』(바다출판사)는 아부 그라이브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고문을 이해하기 위해 ‘페미니스트 호기심’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페미니스트 호기심이란 여성의 조건에 관해 질문하고 여성과 여성의 관계, 여성과 남성의 관계에 관해 묻는 일이다. 즉 보통사람들이 의심하지 않는 개념을 변화시키기 위한 시도인 것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유력한 경향인 지구화와 군사화를 설명한다. 그리고 여성성과 남성성을 교묘히 이용하는 군대와 자본의 숨은 전략을 가시화한다.

나이키의 해외공장 이전은 대표적인 실례다. 비용 절감을 위해 공장의 해외 이전을 검토하고 있던 1980년대 초 나이키 경영진은 박정희 군사정부의 구애를 받았다. “당신들이 찾는 값싼 노동력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여성들을 공장으로 보내기 위해 여성들은 공장에서 생활비를 벌어 가장을 돕고 장남을 뒷바라지하며 미래의 남편을 위해 돈을 모아놓으라고 홍보하며 가부장제를 떠받치는 ‘순종적인 딸’로서 여성을 공장에 보냈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운동으로 더 나은 노동 조건을 위한 투쟁이 일어나자 정부는 군사화된 경찰을 동원해 그들을 진압하려 했다. 이때 값싼 노동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나이키 경영진은 짐을 싸 그들에게 협력적인 정부와 ‘순종적인 딸’이 있는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저자는 탈군사화를 위해 행동하는 다양한 여성의 시도를 보여주며 군사화가 지구화하는 다층적이고 복잡한 과정을 분석해보라고 독자들에게 주문한다. 개인의 주체성과 일상을 구성하는 군사주의에서부터 군사화된 국익 추구로 복잡하게 얽힌 국제 관계까지 페미니스트 호기심을 발휘해 탈군사화를 위해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군사주의, 국가안보, 군대, 전쟁 등의 단어는 더 이상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성의 일상과도 동떨어져 있지 않다.

밀리터리 패턴이 들어간 옷을 입은 사람들을 길에서 만나고 제3세계 노동자들의 노동을 착취해 만든 글로벌 브랜드 옷을 입는다. ‘군기가 빠져 큰일’이라는 상사의 농담도 듣는다. 군사주의는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곳에 존재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