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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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05.0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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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제각각인 식성은 저마다 살아온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음식을 선택해 먹기까지는 그 사람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리고 그 취향은 개인 혹은 집단을 구별짓게 한다.

알프스 만년설이 녹아내린 미네랄워터인 에비앙은 수도꼭지나 정수기에서 나오는 물이 아닌 고급 생수의 지위를 만들어낸다. 가격이 비싸서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물이 아니라는 것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거든다.

푸아그라를 먹어봤다는 말 속에서는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를 먹었다는, 자신이 그런 걸 먹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자부심을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음식은 하나의 문화 ‘상품’이다. 단지 영양과 에너지원을 얻기 위해서만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둘러싼 문화적 가치도 함께 먹게 된다. 결국 나는 남과 다른 나임을 표현하기 위해서 남과 다른 음식을 먹게 되는 것이다.

인간 사회에는 음식 관행과 음식 선호를 둘러싼 다양한 문화적 의미와 담론들이 존재한다. 음식 소비 습관이 단지 생물학적 욕구와 결합돼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것은 또한 사회계급, 지리학적 지역·국가·문화·젠더·생활주기 단계·종교·직업들 간의 경계를 특징짓고 의례·전통·축제·계절을 구분하는 작용도 한다.

인간은 단지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감각적 즐거움과 음식이 갖는 지위지향적·감정적 의미를 포함한 일련의 이유들로 음식을 먹기 때문에 음식을 먹을 때 새로운 감각과 경험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먹는 것을 통해 형성되는 인간의 몸은 타인에게 자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된다.

 

신간 『음식과 먹기의 사회학』(한울)은 음식이 몸과 자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증적으로 연구해 정리한 책이다. 특히 연구 과정에서 음식 먹기의 사회학과 감정 사회학을 결합시키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음식, 몸,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이 분야에 대한 다양한 책들이 출판계에서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이 대중서일 뿐 학문적 논의는 부족햇다.

반면 외국에서는 많은 연구 문헌이 출간돼 일상생활인 먹기를 사회학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되짚어보고 있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음식이 여전히 풍부하고 비교적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인 한 음식은 계속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문제가 되는 동시에 쾌락과 자기 탐닉의 주요한 원천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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