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의 괴상한 기운…우주만물은 다양성 관점에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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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의 괴상한 기운…우주만물은 다양성 관점에서 봐야 한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4.27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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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72)
 

[한정주=역사평론가] 비둘기는 암컷과 암컷이 서로 교접하여 알을 낳는다. 닭은 수컷과 수컷이 서로 교접하여 알을 낳는다. 오리는 수컷 없이 알을 낳는다. 수말과 암소가 교접하면 말을 닮은 새끼가 나온다.

대추 줄기와 포도 덩굴을 접목하면 대추와 유사한 열매를 맺는다. 붉은 비름나물이 변화하여 지렁이가 된다. 메추라기가 변화하여 두꺼비가 된다. 닭이 변화하여 뱀이 된다.

이러한 일은 바로 천지의 괴상한 기운으로 모두 부정(不正)하고 불상(不祥)한 것들이다. (재번역)

鴿雌與雌相交而卵 雞䧺與䧺相交而卵 鵝無䧺而卵 馬牡牛牝而交 生肖馬之子 棗幹葡蔓而接 結類棗之實 紅人莧化爲蚯蚓 鶉化爲蝦蟆 雞化爲蛇 是天地之乖氣 皆不正不祥者也. 『이목구심서 1』

자웅동체(雌雄同體: 암수동체), 이종교배(異種交配), 돌연변이(突然變異)는 자연의 본성 중 하나다.

만약 비정상적인 것, 괴상한 것, 상서롭지 못한 것으로만 본다면 자연과 진화의 다양성을 모르는 무식의 소치이자 편협한 견해일 뿐이다.

1000개의 생명체 가운데 999개의 생명체와 다른 한 개의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그 한 개의 생명체는 비정상적이거나 괴상하거나 상서롭지 못한 것인가? 아니다. 그저 999개의 생명체와 다른 한 개의 생명체일 뿐이다.

999개의 생명이 가치가 있다면 다른 한 개의 생명체 역시 그만큼의 가치를 갖고 있다.

한 개의 눈을 가진 생명체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곳에 가면 두 개의 눈을 가진 생명체는 비정상적이거나 괴상하거나 상서롭지 못한 것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이다.

암컷은 반드시 암컷이어야 하고, 수컷은 반드시 수컷이어야 하는가? 생명체는 반드시 암컷을 통해서만 생산되어야 하는가?

말은 반드시 말이어야 하고, 소는 반드시 소여야 하고, 대추는 반드시 대추여야 하고, 포도는 반드시 포도여야 하는가? 사람이 인위적인 작용이나 시험을 가하여 생명체를 조작하는 것은 자연의 본성을 거스르는 짓이지만 자연이 스스로의 힘으로 결합하고 교접하고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은 그냥 본성일 따름이다.

우주 만물을 살펴볼 때는 항상 그리고 반드시 차이와 다양성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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