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라는 창으로 거장들이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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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라는 창으로 거장들이 본 세상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2.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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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뷰티플 마인드>
영화 <뷰티플 마인드>에서 천재 수학자 존 내쉬가 모이를 쪼아 먹는 비둘기의 움직임을 수학 패턴으로 계산하려 한다.

어떤 현상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담아내겠다는 수학자들의 생각은 누군가에게는 오만함으로 보였겠지만 그 도전은 결과적으로 인간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인간은 예측할 수 없는 일, 놀라운 일, 계산할 수 없는 일과 마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다면 인간이 계산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아니 인간은 그 한계를 알 수 있는 걸까? 『수학과 세계』의 저자 루돌프 타쉬너 박사는 수학적 관점에서 이 질문에 대한 생각을 담아냈다.

이 책은 잘 짜인 수학 방정식을 개발해 하늘의 현상에 신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던 라플라스 이야기를 비롯해 천한 재물 따위를 셈하는 데 고귀한 ‘수’를 사용할 수 없다며 상인과 자본가를 경멸한 피타고라스 이야기 등 하늘과 예술, 생명과 경제, 빛과 도덕, 창조와 음향, 축구와 종교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주제를 수학의 눈으로 독특하게 바라본다.

타쉬너 박사는 시대를 풍미했던 수학자, 철학자들이 수학을 통해 그들이 종종 자신의 이론에 맞는 쪽으로 진실을 조작해 이해했다고 말한다. 즉 진실이 그들의 이론을 따른 것이지, 진실에 따라 이론을 세운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는 4와 8이란 수를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이에 맞춰 그는 지상세계가 불, 공기, 물, 흙 등 4원소로 되어 있다고 봤다.

또 움직이는 천체와 항성을 포함하는 유동하는 세계를 여덟 개의 천구 영역으로 나누었다. 이때부터 숫자 8이 건축학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는데 예술가들이 찬탄하는 유럽 대성당의 궁륭 건축은 여기서 비롯됐다.

 
피타고라스에게는 숫자 10이 중요했다. 10을 완전한 숫자로 본 그는 우주 전체를 숫자 10에 꿰어 맞춰 이해하려 했다.

그에 따르면 10은 삼각수로 10=1+2+3+4를 상징하는데, 이 상징 속에 코스모스 전체가 숨어 있었다.

이러한 피타고라스의 ‘완전한 숫자’ 10의 개념은 음악에서도 나타난다. 삼각수 10=1+2+3+4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1:2 비례에서 8도 음정의 특징이, 2:3 비례에서 5도 음정의 특징이, 3:4 비례에서 4도 음정의 특징이 드러난다.

고대 그리스인의 관점에 따르면 이 협화음에서 소리의 조화를 만들어내는 음정이 생겨난다.

타쉬너 박사는 경제와 관련해서도 여러 일화를 소개한다. 지금은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자’는 어떻게 생겨났고 이에 대한 거장들의 생각은 어땠을까?

고대 화폐경제가 도입되면서 자본금을 빌려가 사용하는 사람들은 채권자와 합의를 본 뒤 원금만이 아니라 조세에 해당하는 이자도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채권자 측에서는 자본을 대여해주기만 해도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이자를 받아 재산을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돈이 ‘일을 한다’면서 못마땅해 했고, 이자를 “혐오스러운 것”으로 간주했다.

토마스 아퀴나스도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채권자가 자신의 돈을 포기한 시간에 대한 가격으로 이자를 이해했는데, 아퀴나스에게 시간이란 신이 내린 선물이었기에 사고파는 대상이 되어선 안 되었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 역시 채권자를 두고 극악무도하기가 도둑, 강도, 살인자와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타쉬너 박사는 이외에도 수학과 생명, 빛, 예술, 도덕 등을 둘러싼 재미있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수학을 통해 독자들이 삶과 사회를 더욱 풍성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다.

누군가는 세상 모든 분야를 수학이 장악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모든 학문 중에 가장 뛰어난 학문이 수학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들의 옳고 그름을 떠나 수학이 삶의 모든 분야에 관여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더라도 인간은 결국 ‘이 세상 모든 것을 계산’할 수 없다.

타쉬너 박사는 ‘이 세상 모든 것’ 혹은 ‘생명’을 계산해내려 했던 수많은 기획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이를 설명하기 위한 모델인 수학이 죽어 있는 불변의 수로 구성된 학문이 아닌 넓은 의미에서 살아 있는 수로 구성된 학문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타쉬너 박사는 이 책을 통해 수학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깨닫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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