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이름으로 본 인류의 진화와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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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이름으로 본 인류의 진화와 욕망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04.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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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미국이 본산지로 알려진 케첩은 중국 음식이었다. 또 캐첩의 주재료는 토마토가 아닌 생선이었다.

캐첩의 강렬한 맛은 전투 중인 중국 한나라 황제 한무제를 사로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대항해 시대에는 해적과 선원들이 색깔이나 모양 또는 내용을 바꾼 케첩의 칵테일 버전을, 제인 오스틴은 호두케첩 레시피를 즐겼다.

이후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후에는 저장성을 높여 상품화시켜 오늘날 토마토케첩을 탄생시켰다.

케첩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국민음식으로 여겨지는 피시앤드칩스, 그저 구운 빵일 뿐이었던 토스트, 이국의 추수감사절 요리인 칠면조, 흔하디흔한 밀가루와 소금, 현대 과학의 부산물인 듯한 아이스크림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오랜 사연들이 숨어 있다.

신간 『음식의 언어』(어크로스)는 고대의 레시피에서 과자 포장지 홍보 문구까지 다양한 음식의 언어들을 통해 인류의 역사와 세계의 문화·사회·경제를 탐구하고 인간의 심리·행동·욕망의 근원을 파헤친다.

언어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스탠퍼드대학의 언어학 교수인 댄 주래프스키는 자신의 이러한 작업을 ‘먹기어원학’이라 일컫는다.

음식의 언어는 문화인류학에서 심리학, 행동경제학까지 아우르는 인간의 가장 내밀한 속살을 보여주는 새로운 인문학이라는 것이다.

 

그는 케첩, 칠면조, 토스트, 밀가루, 아이스크림이 품고 있는 수천 년 인류 문명의 진보와 동서양의 극적인 만남의 순간들을 발굴해내고 메뉴판에 담긴 레스토랑의 영업 전략, 앙트레의 용법에서 나타나는 문화의 계급, 포테이토칩이나 아이스크림 마케팅이 겨냥하는 취향, 맛집 리뷰에서 호평과 악평의 차이점을 분석하며 인간의 진화와 심리, 행동을 해독한다.

특히 데이터화된 고대의 레시피, 100년 전 온라인 메뉴 컬렉션 1만개, 현대식 메뉴 6500건, 요리 가짓수 65만건, 100만건의 맛집 리뷰 등 계량 언어학적 도구를 사용해 메뉴에 쓰인 단어가 길어질수록 음식값이 비싸진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또 프랑스에서는 애피타이저인 앙트레가 미국에서 메인 코스로 쓰이는 이유, 마카롱의 갑작스러운 유행에 담긴 계급의 취향, 음식 브랜드네이밍에 숨겨진 음운학적 마케팅의 비밀, 맛집 리뷰에서 섹스 관련 단어가 많이 언급될수록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사실까지 문화·사회·경제·심리를 해독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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