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지는 제품 수명의 음모…왜곡된 소비가 양산한 하이테크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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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지는 제품 수명의 음모…왜곡된 소비가 양산한 하이테크 쓰레기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03.24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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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반 불어 닥친 경제공황은 소비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소비가 살아야 경제도 살고, 일자리도 생긴다는 믿음이 자리 잡았다. 이제 검약의 미덕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과시적 소비가 들어앉았다.

이에 따라 기업의 첨단기술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제품의 수명은 짧아지고 있다.

휴대폰의 평균수명은 2년이며 노트북의 평균수명은 3년에 불과하다. 냉장고, 세탁기는 물론 스타킹, 구두, 의류의 사용기간 역시 다르지 않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폐전자제품은 연간 4000만톤에 달한다.

일명 하이테크 쓰레기는 50여종의 유독 중금속과 신경계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환경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지구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구와 바꾼 휴대폰』(애플북스)은 최근 환경파괴의 새로운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는 하이테크 쓰레기의 원인과 실태를 고발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특히 하이테크 쓰레기를 활용해 전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폐휴대전화기 한 대에는 금·팔라듐 등의 금속자원이 16종 이상 들어 있다. 돈으로 환산하면 한 대당 2500~3400원의 가치다.

실제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경제와 환경을 위한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붐이 일고 있다. 모든 제품을 생산할 때 제품원료를 줄이기 위해 디자인 설계를 하고 발생된 모든 폐기물은 자원으로 재활용해 자원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에너지 절약과 이산화탄소를 줄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와 시민 모두가 참여하고 협력함으로써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설립된 민간협력기구 ‘자원순환사회연대’가 활동하고 있다.

 

책에서는 기업이 제품을 만들면서 조기에 낡거나 닳아서 못 쓰게 되도록 하는 ‘계획된 진부화’, 즉 제품 수명 조작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전구는 1000시간이 지나면 필라멘트가 타거나 아이팟 배터리는 18개월이면 수명이 끝나는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의 예시를 들면서 새 제품의 구입보다 수리비를 더 비싸게 책정하는 기업들의 음모를 고발한다.

또한 폴스크바겐의 비틀 자동차와 남성 패션 분야의 사례를 통해 기존 제품에서 디자인만 조금 바꾸거나 사소한 기능 몇 가지를 추가한 신제품을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등 사람들을 현혹하는 트렌드가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경제성장과 환경의 딜레마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요구한다.

저자는 “쓰레기를 만드는 사회가 문제라면 쓰레기를 덜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게 급선무”라며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 물건을 고쳐 쓰는 것,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사지 않고 빌려 쓰는 것, 이 모두가 지구를 살리는 방법들”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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