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과주의 인사만이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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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과주의 인사만이 능사가 아니다
  • 한정곤 기자
  • 승인 2013.12.0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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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재벌이라는 삼성그룹과 LG그룹을 시작으로 대기업그룹의 연말 정기인사가 줄을 이을 예정이다. 정기인사가 발표될 때마다 모든 그룹들이 한결 같이 내놓은 단어는 ‘성과’와 ‘실적’이다. 한마디로 돈을 많이 벌어주었으니 보상 차원의 승진인사라는 내용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들 문구는 등장했다.

지난달 27일 임원인사를 발표한 LG전자는 “이번 승진인사에서 LG Way 관점에서 역량과 성과를 철저하게 검증했다”면서 “이를 토대로 해당 직책의 중요도와 후보자의 적합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승진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삼성그룹도 2일 이번 인사의 특징에 대해 “성과주의 인사와 삼성전자의 성공DNA 전파, 혁신선도인물 중용”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 출신의 사장단 장악이 두드러졌다. 8명의 사장 승진자 가운데 5명이 삼성전자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성과주의 원칙에 의한 인사는 재계의 오랜 관행이다. 조직의 이익을 높이고 임직원의 사기를 진작하는 차원에서는 성과주의만큼 효율적인 원칙은 없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10대 그룹의 사내유보율과 유보금은 6월말 현재 477조원에 이르고 있다. 3년 전인 2010년 말 331조원에 비해 43.9%나 늘어났다. 사내유보율도 1376%에서 1668%로 292%포인트나 상승했다.
미래먹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즉 단기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미래성장동력을 찾는데 관심이 덜하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 경영성과 평가업체인 CEO스코어의 3일 발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30대 그룹의 155개 계열사의 투자액은 68조255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 줄었고 10대 그룹은 4.1%, 5대 그룹은 6%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대기업의 임원은 흔히 ‘임시직원’의 줄임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성과과 실적이 부진할 경우 언제든지 내쫓길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임명직 경영진은 항상 실적향상에 목을 멘다. 오너경영인제의 폐해를 비판할 때마다 재벌그룹들이 전문경영인의 단점으로 지적하는 내용이다.

단기실적에 집착하다 보면 지속성장과 미래지향적인 경영환경조성은 상대적으로 뒤전일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이 소비자가 열광하는 아이콘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전 세계 IT기업 가운데 매출은 삼성전자가, 이익은 애플이 최대라는 보도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많이 팔면서도 애플만큼 이익률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낮은 생산성의 원인을 노동조합의 파업에서만 찾으려고만 할 뿐 정작 중요한 이유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성과주의 인사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아니다. 다만 경영이 성과만으로 평가되고 보상이 이뤄질 때 담보할 미래의 폭은 그만큼 줄어든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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