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와 거울…거리낌도 막힘도 없는 초탈의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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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와 거울…거리낌도 막힘도 없는 초탈의 경지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3.13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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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㉚
 

[한정주=역사평론가] 어린아이가 거울을 보고 빙긋이 웃는 것은 뒤쪽까지 환히 트인 줄 알기 때문이다.

서둘러 거울의 뒤쪽을 보지만 단지 까맣고 어두울 뿐이다. 그러나 어린아이는 그저 빙긋이 웃을 뿐 왜 까맣고 어두운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기묘하다. 거리낌이 없어 막힘도 없구나.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재번역)

小孩兒窺鏡 啞然而笑 明知透底而然 急看鏡背 背黝矣 又啞然而笑 不問其何明何暗 妙哉無礙 堪爲師. 『선귤당농소』

거울은 사람의 모습과 사물의 형상을 있는 그대로 비춘다. 여기에는 어떤 거짓 꾸밈도 용납되지 않는다. 슬픈 표정은 슬픔 그대로, 기쁜 표정은 기쁨 그대로 거울에 비춘다.

어린아이는 그런 거울을 보면서 신기해한다. 그리고 뒤쪽까지 환히 트인 줄 알고 본다. 하지만 그곳은 거울처럼 맑지도 깨끗하지도 투명하지도 않다.

만약 세상 견문이나 지식에 물들어 이치를 따지고 해석하기에 익숙한 어른이라면 마땅히 ‘왜 그럴까?’ 궁리할 것이다. 그렇지만 어린아이는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일 뿐 아무 것도 묻지 않는다.

거리낌도 없고 막힘도 없는 초탈의 경지다. 삶이란 그리고 글이란 바로 그와 같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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