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10여일만에 백기···금융사 텔레마케팅 전면 허용
상태바
금융당국 10여일만에 백기···금융사 텔레마케팅 전면 허용
  • 김윤태 기자
  • 승인 2014.02.04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사의 텔레마케팅(전화영업)이 3월부터 전면 허용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카드3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텔레마케팅 전면 중단 등 강경 규제를 선언했던 금융당국이 10여일 만에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텔레마케팅 전면 중단으로 인한 텔레마케터들의 고용 불안 해소 차원에서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당장 6만여명으로 추정되는 텔레마케터들의 고용은 지속되겠지만 원칙과 소신 없는 금융당국의 정책 변화에 대한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24일 금융당국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금융사의 텔레마케팅 등을 3월 말까지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한 이후 텔레마케터들은 물론 시민단체들까지도 이를 강하게 비난했다.

2차 피해도 없고 자료 유출도 없다고 공언한 금융당국이 자신들의 책임에 대한 인식도 없고 문제 핵심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피해가 예상된다’는 논리로 텔레마케팅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금융규제이자 관치적 발상이라는 것이었다.

특히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생계나 금융산업의 위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행정조치의 근거조항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채 책임회피 목적의 대책으로 전면금지를 발표한 것은 권한 남용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금융당국은 어제까지만 해도 ‘갱신 영업 허용’과 ‘고용유지 주문’ 등의 임시방편과 함께 일부 금융사의 편법 영업을 집중 단속하겠다며 으름장까지 놓았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은행, 보험, 카드사 등 모든 금융사의 전화 영업을 전면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한 달도 시행해 보지 않고 비난 앞에서 정책이 뒤집힌 것이다.

사실 이번 개인정보 대량 유출사건에 대한 금융당국의 인식과 대응은 원칙 없는 책상머리 행정이었다는 비난이 줄곧 제기됐다.

지난달 22일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그 일면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현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금융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정보제공에 동의했지 않았느냐”고 언급해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금융정보 유출로 피해를 본 1700여만명의 금융소비자들에게 전가했다.

특히 그는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요구에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며 정부책임론도 일축했다.
이와 관련 경실련은 “경제수장으로서 이번 사태의 본질과 그 원인, 그리고 정부의 관리감독 책임 등에 대한 안이한 현실 인식, 개인정보 수집과 불법 정보유출을 구분 못하는 인식 등에 근거한 저열한 행태로 규정하고 강력히 비판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같은 날 금융위원회가 개인정보 유출방지를 위해 내놓은 종합대책도 사건의 의미를 축소해석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유출 피해자에 대한 실효적인 권리구제 방안이 빠진 채 일부 잘못된 금융관행을 바로잡고 유출에 따른 처벌 강화만으로 정보유출이 예방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종합대책 중 최소 정보수집과 포괄동의 금지, 개인신용정보보호 책임자의 권한 및 책임강화, 내부통제제도 및 외주업체 관리강화는 이미 현행 법에 명시돼 있는 내용에 불과하다.

이는 금융당국이 고객정보 보호를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 사태의 의미를 무마하거나 축소하기보다는 철저한 무분별한 고객정보 공유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조사해 실질적인 정보보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