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기업 인건비 3% 늘 때 고용은 0.6% 줄어
상태바
작년 대기업 인건비 3% 늘 때 고용은 0.6% 줄어
  • 이성태 기자
  • 승인 2023.03.30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XO연구소, ‘고임금 저고용’ 가속화…상위권 기업 연봉 증가 속도 빨라 경쟁력 위협

국내 주요 대기업 120곳의 지난해 임직원 인건비는 전년 대비 2조원 넘게 증가했지만 고용은 오히려 5000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는 늘고 고용은 줄다 보니 임직원에게 돌아가는 1인당 평균 연봉은 6% 수준으로 높아졌다. 특히 120개 주요 대기업 중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의 억대 평균 연봉이 27곳으로 전년 대비 40% 넘게 증가했다.

30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20개 대기업의 지난해 임직원 수는 77만206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적다.

지난 2019년 77만9365명이던 임직원 수는 2020년 77만5310명으로 4055명(0.5%) 줄었고 이듬해인 2021년에는 77만6628명으로 1318명(0.2%) 늘었다. 지난해는 이전해보다 4560명(0.6%)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고용은 1년 단위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고용이 파도처럼 요동치는 것과 달리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규모는 꾸준히 높아졌다. 120개 대기업에서 지급한 임직원 총 인건비는 2019년 64조3282억원, 2020년 66조2873억원, 2021년 74조7720억원, 2022년 77조1731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지난해 인건비는 3.2% 수준으로 높아졌다. 금액으로 보면 2021년 대비 2022년 120개 대기업의 인건비 지출 금액이 2조4011억원 이상 늘었다. 이는 산술적으로 연봉 1억원을 2만명 이상에게 지급할 수 있는 수준의 인건비 규모다.

1년 새 인건비가 2조원 넘게 늘었지만 고용 일자리는 오히려 4500개 이상 감소했다. 대기업에서 인건비가 증가하면 직원수가 많아진다는 고용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인 셈이다.

조사 대상 120개 대기업 중 2021년 대비 2022년 임직원 인건비 규모가 증가한 곳은 101곳이었다. 고용을 한 명이라도 늘린 업체는 120곳 중 80곳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120곳 중 30곳은 고용이 줄었는데도 인건비는 증가했다.

최근 1년 새 임직원 인건비 금액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현대자동차였다. 임직원 급여 총액은 2021년 6조8872억원에서 2022년 7조6487억원으로 늘었다. 1년 새 임직원 인건비 규모가 7615억원(11.1%) 증가했다.

SK하이닉스도 2021년 3조3379억원에서 2022년 4조601억원으로 7221억원(21.6%) 늘었다.

전년 대비 2022년 기준 주요 120개 대기업의 인건비가 3% 넘게 늘어날 때 고용은 0.6% 수준으로 감소하다 보니 임직원 개인에게 지급되는 연봉 수준은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조사 대상 120개 대기업 임직원의 2019년 평균 연봉은 8253만원이었다. 이후 2020년 8549만원, 2021년 9628만원으로 높아지더니 지난해에는 1억196만원으로 억대 연봉대로 진입했다. 주요 대기업의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최근 1년 새 5.9% 수준으로 올랐다. 금액으로 치면 임직원 1인당 평균 568만원 정도씩 지갑이 두꺼워진 셈이다.

120개 대기업 중 임직원 평균 보수가 억대 이상인 ‘연봉 1억 클럽’에 가입한 기업은 2019년 10곳, 2020년 13곳, 2021년 25곳으로 증가하다 지난해에는 36곳으로 많아졌다.

조사 대상 대기업 중 지난해 임직원 평균 보수가 최고 수준을 보인 곳은 금융업종에 속한 메리츠증권이었다. 2022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 임직원에게 지급한 1인당 평균 급여는 2억29만원이었다. 지난 2021년에도 2억492만원으로 2년 연속 2억원대를 유지했다.

이어 NH투자증권(1억7500만원), S-오일(1억7107만원), SK텔레콤(1억4442만원), 미래에셋증권(1억4056만원), 금호석유화학(1억4012만원), 카카오(1억3900만원), 삼성화재(1억3655만원), 삼성전자(1억3536만원), SK하이닉스(1억3384만원) 순으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오른 곳은 92곳이나 됐다. 이중 S-오일은 평균 급여 상승률이 49%로 조사 대상 기업 중 높은 편에 속했다. S-오일의 2021년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478만원 수준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억7107만원으로 1년 새 5629만원이나 많아졌다.

임직원을 다시 임원(미등기임원)과 일반 직원(부장급 이하 직원)으로 구분해보면 두 집단 간 급여 격차는 최근 1년 새 변동이 없었다. 2021년 임원 1인당 평균 보수는 4억1986만원, 일반 직원은 9350만원으로 4.5배 정도였다. 지난해에는 임원 4억4684만원, 일반 직원 9908만원으로 격차는 전년과 비슷한 4.5배였다.

임원 평균 급여가 6.4%(2698만원) 오를 때 일반 직원도 6%(558만원) 정도로 비슷하게 상승하다 보니 임원과 일반 직원 간 보수 격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임원 평균 보수가 5억원을 상회한 곳은 120곳 중 18곳으로 전년보다 6곳 늘었다. 이 중 메리츠증권에서 급여를 받은 미등기임원은 1인당 연간 평균 급여가 13억8031만원으로 조사돼 유일하게 10억원을 넘었다. 전년 11억1192만원보다 2억원 이상 올랐다.

이어 SK하이닉스(7억5516만원), 포스코홀딩스(7억400만원), 삼성전자(7억320만원), 엔씨소프트(6억9359만원), 이마트(6억8700만원), GS건설(6억6758만원), GS글로벌(6억6180만원), CJ제일제당(6억5500만원), LG화학(6억1700만 원) 순으로 임원 급여 톱10에 포함됐다.

임원을 제외한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 연간 급여 1억 클럽에 포함된 곳은 27곳이었다. 이는 2019년 7곳, 2020년 8곳, 2021년 19곳과 비교하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일반 직원 기준 평균 연봉 톱10에는 NH투자증권(1억6844만원), 메리츠증권(1억6822만원), S-오일(1억6678만원), SK텔레콤(1억3733만원), 카카오(1억3696만원), 삼성화재(1억3409만원), 삼성전자(1억3079만원), SK하이닉스(1억2997만원), 금호석유화학(1억2963만원), 미래에셋증권(1억2913만원)이 이름을 올렸다.

각 업종을 대표하는 매출 상위 톱10 기업 중 임원 평균 보수가 가장 높은 곳은 전자 업종이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전자 업종에 속하는 대기업의 미등기임원 1인당 급여액은 6억1336만원으로 조사됐다.

카카오·네이버 등이 포함된 정보통신 업종 임원 연봉은 4억9208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자동차(4억5427만원), 금융(4억5385만원), 철강(4억1464만원), 유통상사(4억834만원) 등이 4억원 이상을 유지했다.

반면 석유화학(3억6768만원), 건설(2억9628만원), 운수(2억5590만원), 기계(2억5311만원), 제약(2억5179만원), 식품(2억4363만원) 순으로 임원 평균 연봉이 2억~3억원대 수준을 보였다.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의 평균 보수 순위는 다소 달랐다. 1위는 전자 업종으로 임원 급여 순위와 동일했다. 전자 업종 대기업 직원은 지난해 평균 1억1746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정보통신(1억1615만원), 금융(1억952만원), 자동차(1억376만원) 업종도 연봉 1억 클럽에 포함됐다.

철강(9790만원)과 석유화학(9712만원) 업종은 연봉 9000만원대 그룹에 포함됐다. 연봉 7000만~8000만원대 그룹에는 건설(8445만원), 운수(7992만원), 기계(7978만원), 제약(7541만원) 업종이 포함됐다.

반면 유통상사(6118만원), 식품(5588만원) 등은 상대적으로 일반직원 연봉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