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운 인간’을 가르쳐 준 니체
상태바
‘인간다운 인간’을 가르쳐 준 니체
  • 한정주 고전연구가
  • 승인 2023.02.20 0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전 인생수업]⑪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자유로운 삶을 위한 조건Ⅱ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한정주=고전연구가] 두 번째 오름의 단계는 철학자 니체와의 만남이었다. 스물네 살 때 카잔차키스는 그리스를 떠나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마주한 니체는 카잔차키스의 정신과 영혼에 엄청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니체는 카잔차키스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낙관적인 이론을 불신하고 의심하라고 가르쳐준 사람”이었다. 일찍이 “신은 죽었다”는 선언으로 ‘신을 죽여 버린 철학자’ 니체는 카잔차키스에게 “가장 가치 있는 인간, 칭얼거리지도 않고 애원하지도 않고 또한 구걸하러 이곳저곳 기웃거리지도 않는 인간다운 인간”을 가르쳐 준 사람이었다.

신으로부터 벗어나 ‘영혼마저도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인간’을 갈망한 카잔차키스에게 “그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다”라고 말할 용기를 준 사람 또한 니체였다. 파리 생트주느비에브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카잔차키스에게 다가온 어떤 소녀가 알려준 니체라는 철학자와의 우연한 만남, 그것은 카잔차키스의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들 가운데 하나였다.

“나의 젊은 시절 중 가장 위태롭고 가장 굶주렸던 바로 그 순간에 니체는 내게 단단하고 사자처럼 용맹한 자양분을 공급해주었다. 나는 풍성하게 기름을 발랐다. 그리고 이제 나는 스스로 몰락한 상태가 되어버린 현재의 인간과 인간에 의해 몰락하게 된 그리스도의 상태, 이 두 가지에 대해 너무나 위축되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분개하여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겁쟁이와 비겁자와 노예가 된 사람과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으로 하여금 위안을 얻도록 해 그들의 주인 앞에서 참고 견디며 머리를 숙이고 그들에게 권능을 부여하며(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삶인) 현세의 삶을 신음소리도 내지 못한 채 인내하도록 하기 위해 내세의 보상과 처벌을 영혼에 이식해놓은 종교는, 오! 얼마나 교활한가.

현세의 삶에서는 보잘것없는 반 푼어치 화폐를 내놓으면서 내세에서의 불멸이라는 거대한 재산을 징수해가는 ‘주님의 식탁’과 같은 이 종교는 얼마나 얄팍하고 계산적인가!” (『영혼의 자서전』, 「파리 : 니체, 위대한 순교자」)

서양 세계에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최대 위협 세력은 종교, 곧 기독교이다. 기독교는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영원히 지배하기 위해 신의 이름으로 자유를 억압했다.

카잔차키스는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니체를 통해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신의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니체는 카잔차키스에게 죽은 신의 빈 자리를 차지할 인간, 신의 명령이 사라진 곳에 인간의 자유 의지를 채울 인간, 다시 말해 ‘위버멘쉬(초인)’ 차라투스트라의 새롭고 위대한 희망의 가르침을 주었다.

‘위버멘쉬(초인)’ 차라투스트라는 새로운 희망이자 새로운 씨앗이며 세상의 목적이자 세상의 구원이었다. 카잔차키스는 니체의 ‘위버멘쉬(초인)’ 차라투스트라를 삶의 본질이자 의지로 자기 내면화하면서 마침내 자유를 찾아가는 반항과 투쟁의 여정에서 두 번째 오름의 단계에 도달할 수 있었다.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